정홍순의 깊은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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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때 명신인 정홍순에게 시집갈 나이가 된 딸의 혼례가 가까워 오자, 부인이 혼수준비랑 잔치에 쓸 비용을 걱정했다. 정홍순이 부인에게 물었다. “혼수감 마련에 얼마나 들겠소”
“글쎄요, 아무래도 8백 냥은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잔치 비용은” “4백 냥이면 되겠지요.”정홍순은 잠시 생각하더니 부인에게 말했다. “알았소, 내가 날짜에 맞춰 모든 준비를 할 테니 부인은 아무 걱정 마시오.”부인은 남편의 말만 믿고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날짜가 지나도 주문해 놓았다는 혼수감이 들어오지 않았다. 애가 탄 부인은 남편에게 따졌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상인에게 틀림없이 일러 놓으셨나요” “일러 놓다마다. 그랬는데도 그 사람들이 물건을 보내지 않는 것을 보니 나한테 물건값을 받기도 곤란하고 해서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닐까.”정홍순이 이렇게 능청을 떨자 부인은 벌컥 화를 냈다. “그렇다면 대감은 남의 혼사를 망쳐 놓은 그 못된 상인들을 그냥 두실 것입니까” “허허, 이사람. 그럼 명색이 재상이라는 사람이 하찮은 장사꾼들하고 그런 사사로운 일로 다투어서야 되겠소 이제 와서 혼수 준비하기는 다 틀렸으니 입던 옷이라도 정갈하게 빨아서 입혀 보냅시다.”혼인날 아침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잔치에 쓸 음식과 물건들이 하나도 들어오질 않는 것이었다. 부인이 어찌할 바를 몰라서 허둥거리자, 정홍순은 이렇게 달랬다. “상인들에게 술과 고기, 여러 가지 음식을 가져오라고 시켰는데 이 사람들이 다 잊은 모양이구려. 내 체면에 그런 작은 일로 소인배들과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니, 집에 있는 음식으로 적당히 치르고 맙시다.”어쨌든 이렇게 해서 혼례는 끝났다. 어느 날 사위가 찾아왔다. 그런데 저녁때가 되자 정홍순이 말했다. “자네는 집에 돌아가서 저녁을 먹게나. 우리 집에는 자네 몫까지 마련한 음식이 없지만 자네 집에서는 준비를 했을 게 아닌가. 이미 준비한 음식을 헛되게 할 수야 없지 않나.”모처럼 문안차 찾아온 사위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렇잖아도 혼인날 너무 소홀하게 해서 좋지 않은 감정이 남아 있던 참이라, 사위는 이후로 처가에 발을 끊고 말았다.
몇 년이 지났을 때, 정홍순은 사위와 딸을 불렀다. 아직도 섭섭한 마음을 풀지 못하고 있는 딸 내외를 정홍순은 웬 새로 지은 집 앞으로 데려갔다. “내 지난날 너희 혼례에 쓴 비용을 물으니 무려 1천 2백 냥이나 들겠다고 하더구나. 그 헛된 낭비를 왜 하나 싶어 혼례는 간소하게 치르고, 그 비용을 따로 이용하여 불렸다. 이제 그 1천 2백 냥이 늘고 늘어 이 집을 짓고 시골에 농토를 사두었으니 그만하면 너희 평생 살아갈 준비는 될 것이다.”사위와 딸은 정홍순의 깊은 속마음을 그제 서야 깨달았다.
“글쎄요, 아무래도 8백 냥은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잔치 비용은” “4백 냥이면 되겠지요.”정홍순은 잠시 생각하더니 부인에게 말했다. “알았소, 내가 날짜에 맞춰 모든 준비를 할 테니 부인은 아무 걱정 마시오.”부인은 남편의 말만 믿고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날짜가 지나도 주문해 놓았다는 혼수감이 들어오지 않았다. 애가 탄 부인은 남편에게 따졌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상인에게 틀림없이 일러 놓으셨나요” “일러 놓다마다. 그랬는데도 그 사람들이 물건을 보내지 않는 것을 보니 나한테 물건값을 받기도 곤란하고 해서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닐까.”정홍순이 이렇게 능청을 떨자 부인은 벌컥 화를 냈다. “그렇다면 대감은 남의 혼사를 망쳐 놓은 그 못된 상인들을 그냥 두실 것입니까” “허허, 이사람. 그럼 명색이 재상이라는 사람이 하찮은 장사꾼들하고 그런 사사로운 일로 다투어서야 되겠소 이제 와서 혼수 준비하기는 다 틀렸으니 입던 옷이라도 정갈하게 빨아서 입혀 보냅시다.”혼인날 아침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잔치에 쓸 음식과 물건들이 하나도 들어오질 않는 것이었다. 부인이 어찌할 바를 몰라서 허둥거리자, 정홍순은 이렇게 달랬다. “상인들에게 술과 고기, 여러 가지 음식을 가져오라고 시켰는데 이 사람들이 다 잊은 모양이구려. 내 체면에 그런 작은 일로 소인배들과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니, 집에 있는 음식으로 적당히 치르고 맙시다.”어쨌든 이렇게 해서 혼례는 끝났다. 어느 날 사위가 찾아왔다. 그런데 저녁때가 되자 정홍순이 말했다. “자네는 집에 돌아가서 저녁을 먹게나. 우리 집에는 자네 몫까지 마련한 음식이 없지만 자네 집에서는 준비를 했을 게 아닌가. 이미 준비한 음식을 헛되게 할 수야 없지 않나.”모처럼 문안차 찾아온 사위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렇잖아도 혼인날 너무 소홀하게 해서 좋지 않은 감정이 남아 있던 참이라, 사위는 이후로 처가에 발을 끊고 말았다.
몇 년이 지났을 때, 정홍순은 사위와 딸을 불렀다. 아직도 섭섭한 마음을 풀지 못하고 있는 딸 내외를 정홍순은 웬 새로 지은 집 앞으로 데려갔다. “내 지난날 너희 혼례에 쓴 비용을 물으니 무려 1천 2백 냥이나 들겠다고 하더구나. 그 헛된 낭비를 왜 하나 싶어 혼례는 간소하게 치르고, 그 비용을 따로 이용하여 불렸다. 이제 그 1천 2백 냥이 늘고 늘어 이 집을 짓고 시골에 농토를 사두었으니 그만하면 너희 평생 살아갈 준비는 될 것이다.”사위와 딸은 정홍순의 깊은 속마음을 그제 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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