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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뵐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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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 사람들은 결혼을 “야다”라고 부른다. 야다란 : “아는 것”이라는 뜻이다. 하인리히 뵐 의 아름다운 만가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에는 38세의 잔인하도록 가난한 아내 캐테가 불행 속에서 언제나 추억하는 한 가지 사건이 반복되어 등장한다. 그것은 그녀의 남편 후레드가 그녀가 23세 때 그를 향해 청혼해 오던 어느 오후의 몽상적인 음성이다. 후레드는 도서관 직원인 23세의 젊은 캐테에게 이렇게 청혼한다. “난 일생동안 나와 함께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여자를 찾고 있었습니다.” 이 짧고 기지에 찬 한 마디의 청혼은 캐테의 일생을 변화시킨다. 그녀는 후레드의 청혼을 받아들였고, 다섯 아이를 낳으며, 두 아이를 전쟁에 잃는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이 저주하며 떠나버린 폐허의 쾰른시에 남아 집요하도록 빈 도시를 지켜 나간다. 절망 속에서 그녀에게 삶의 향기와 근력을 불어 넣어주는 것은 언제나 남편의 그 적막한 청혼의 음성이다. 남편 후레드는 그녀에 대한 사랑 때문에 몇 번이나 탈영을 했을 정도로 그들의 연애는 전율과 열정으로 가득 찬 것이었다. 그들의 결혼은 “야다”그 자체였다. 그들은 서로를 자기 자신처럼 알고 있었다. 철저한 가난을 직시할 수 없어 가출해버린 남편을 타인들은 비난했지만 캐테는 남편의 고통을 남편 자신보다도 더 깊고 확실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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