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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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꾀에 놀아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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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부 지도자들의 한국 침략에 대한 주기적인 망언의 실체에 대해서 우리는 무관심하다고 할 정도로 정치적으로 무감각하다. 남의 나라를 침략해 비인도적 만행을 통한 강탈과 착취를 한 것을 오히려 잘한 일이라고 우격다짐으로 뻣대야만 하는 깊은 속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번 독도영유권 주장의 소동만 해도 왜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불쑥 내지르고 나왔는지 알아야 한다. 한국강점에 대한 망언이 궁극적으로 일본 국수주의의 성역인 천황(왕)의 면책을 확보하기 위한 것과 함께, 한국민에 게 약을 올려 일을 만들고 그럼으로써 일본 국민의 민족 감정에도 불을 질러 맹목적 애국주의로 자기의 약점을 감추고 나아가 우익 열풍을 조성해 입지를 다지고 우익보수세력을 결집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번 독도망언을 보며 일본 정부가 노리는 것을 나는 다음 몇 가지로 추정해 본다.총선대비 ‘보수우익’여론 만들기(1) 당장 눈앞에 닥친 정치적 위기에서 빠져 나가기 위해 국민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게 한다. 특히 민족감정에 불을 붙여 맹목적인 흥분상태를 고조시켜 나갈 수 있는 것으로 독도 문제를 이용한다. 이 추측은 독일 언론 이 일본 농수산성이 금융 추문으로 궁지에 몰리자 독도 문제를 여론 호도용 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일리가 있다.(2) 뿐만 아니라 일본 집권당은 조만간 닥칠 총선거에 대비해서 국민을 어떤 이벤트로 흥분시켜서 보수우익대열에 묶어 세워야 한다. 하시모토 수상 자신이 우익세력의 리더이고 정치적 기반이 보수세력을 주축으로 하 고 있는데 야당인 <신진당>의 체질도 대개 자민당 이탈자고 하시모토 반대파이니 만큼 자기 입지를 분명히 더욱 다지고자 독도문제를 이용하려고 할 수 있다.(3) 일본의 실제적 영토문제는 제2차대전 뒤 소련에게 점령당해 아직도 회수되지 못하고 있는 이른바 북방도서(일본-러시아간 4개 도서)다. 일본에선 우익 세력이나 어민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 감정도 북방섬들을 회수해야 한다고 한다. 이 북방도서회수를 위한 예행연습이나 그 전단계로 독도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4) 일본이 한국정부에게서 무엇을 얻어내거나 또는 한국정부의 요청을 거절하거나 할 필요성 때문에 멀쩡한 집에 불을 지르는 생트집을 잡고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리는 작전일 수도 있다. 또는 한국정부가 응하지 않을 난제를 어물적 제멋대로 아우성판에서 처리하려고 일을 저질렀을 수도 있 다.구한말 이왕조가 주는 교훈국제관계는 냉혹한 이해관계의 계산을 앞세운 것이므로 모든 것을 가정해 보아야 한다. 구한 말에 이왕조나 그 대신 일부가 미국정부의 호의와 지원을 맹신했다가 벼락을 맞고 나라를 망쳤던 일을 잊어선 안된다. 여기서 우리는 일본 정부나 지도층이 벌리는 얄팍한 잔꾀에 놀아나선 안 된다. 정부여당은 그러한 일본쪽의 약올리기에 편승해서 자기소모식의 과잉흥 분상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해서는 더욱 안 된다.이승만정권은 친일정권이면서 <반일>감정을 이용해 위기돌파나 민심 수습의 방편으로 써먹 었다. 결국 그러한 우민정책은 국민의 정치적 성숙을 저해하여 흥분과 자 극에 약해 이용당하기 쉽고 사태의 근본을 따져 살펴보지 못하고 표면에 나타난 현상에 집착해서 전체의 판을 보지 못하고 선동적 대중조작에 놀아나는 국민으로 만들었다. 박정권도 친일정권이면서 문세광 사태로 위기 가 표출되자 <반일>운동으로 몰아가며 대학생들 손가락까지 작두칼로 자르는 의식을 자행했다. 내가 재직하는 학교에서도 친일파인 총장이란 사람의 진두 지휘 아래 그런 야만적 일을 벌이는 것을 보면서 우민정책이 대학에서까지 통하는구나 하고 통탄해 마지 않았다. 우리는 어려운 대외 국면이 닥칠수록 냉철한 시각, 문제의 뿌리가 어디 있는지를 볼 줄 아는 성숙된 시민이 돼야 한다.<한상범/ 동국대 법대교수. 96.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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