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감동 모여 사랑의 세상이…
본문
모두들 크고 높은 것만을 지향하여 작은 의자는 보이지 않고, 빚을 내서라도 큰 승용차를 타야만 남의 눈에 띄는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신문 지면에도 대형 참사, 거대한 사기사건, 몇백 몇천억원의 부정부패사건들만 연일 오르내리고 있다. 독버섯 중에서도 큰 독버섯만이뉴스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그런데 올 7월부터 조선일보에 간혹 작은 풀꽃 한송이씩이 올라왔다. [작은 이야기]가 그것이다. 사회의 어두운 면이 들춰지는 사회면의 귀퉁이에 사랑의 속눈을 뜬 사연, 시련 속에서도 정을 나누고 사는사람들, 좌절을 딛고 다시 신발끈을 매는 이야기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큰 것만을 지향하는 사람들 편에서 본다면 콧방귀 한번 뀔 거리도안될지 모른다. 그러나 큰 연못의 썩은 물갈이도 샘줄기에서 지금솟는 샘물 한방울로부터 되고 있는 것이다. [작은 이야기]의 위대함은여기에 있다. 오늘 우리들 마음밭이 모래로 황량해져 있는데 푸른 풀모종 하나가 이식되고 있는 것이다.엄동추위 속에 노천에서 떨고 사는 장애인 가족에게 유리창문 하나 간신히 달린 6평짜리 컨테이너박스 집을 마련해준 사람들. 그들 또한 작은 마을, 작은 성당, 작은 가게 사람들이었다. 불우 이웃에게 백만원을 가져온 사람은 야식비 9백원씩을 매일 배곯아가며 모은 사람이었고, 내가 아는 서울 목동의 한 평범한 주부는 콩나물값을 아낀 돈으로 자기가 감동깊게 본 책을 교도소 사람들에게 보내달라며 기백권씩을 사서 기증하곤 한다.이 세상의 이런 맑은 일을 나는 그 사람의 어린 동심의 눈이 한다고 믿는다. 정말 어떤 흐림도 없는 투명 자체의,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는 일이지 않은가. 어둠이 한껏 강할 때일수록 작은 빛이 강하게살아나듯이 우리가 사는 오늘의 이 세상에 더러운 이야기가 강물처럼거대하게 흐르면 흐를수록, 아름다운 우리들의 [작은 이야기] 또한 힘차게 흐를 것이다. 얼음 밑으로 흐르는 시냇물처럼.<정채봉·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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