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랜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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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에 특파되있었을 때 일이다.격전에 벌어졌던 퀴논전선의 미 야전병원을 들른 일이 있었다. 사람이 산다는 것에 그토록 신선한 감명을 받아 본 일이 없는 인상적인 방문이었다. 오른팔을 절단당하고 없는 한 병사는 이렇게 말했다.두 손을 모아 기도할 한쪽 손이 없다는 오로지 그것만이 불편할 따름이라고. 두 다리를 절단당한 한 병사는 유리상자 속에 두 발을 절단한 도마뱀 한 마리를 넣어 머리맡에 놓아 기르고 있었다. 두 다리가 없다는 것이 자신이 살아가는 데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 발 없는 도마뱀에서 확인했다고 희희낙락했다.지체라는 것은 없어도 되는 여분의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설득시키고 있는 이들의 삶의 의지가 눈물겨웠던 생각이 난다.얼마 전에 있었던 로스앤젤레스 마라톤에서 두 다리를 절단당한 베트남 참전병사가 두 손으로 마라톤 전코스를 사흘 만인 74 시간 8 분 26 초에 주파했다는 보도를 보고 있노라니 십수 년 전 베트남 야전병원에서 만났던 바로 도마뱀 병사의 얼굴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이다. 보브 위랜드(41)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마라톤이 벌어지는 하루 전날 아침 심판도 없이 혼자서 그 마라톤코스를 스타트하고 있다. 1 마일(1.6km)에 2 시간 꼴로 달렸다. 경쟁자도 없는 고독한 경주를 3 일 계속한 끝에 역시 심판도 없는 골인을 하고 있다. 자신의 기록을 18 시간 단축하고 만족해 했다 한다.6 년전에는 북미(北美) 대륙 4천 4백 54km를 두 팔로 걸어 3 년 8 개월 6 일만에 횡단했던 위랜드이기도 하다. 이 모험적인 도전에 동행했던 사람들도 지칠대로 지쳐 하나씩 하나씩 떨어져 나갔고, 섭씨 60 도의 뉴 멕시코의 사막지대에 들어섰을 때는 한 사람 남김없이 떠나갔다. 그는 `신(神)만이 나의 곁에 남아주셨다'고 그때 심정을 말하고있다. 이 발없는 상체만의 이동을 보고 `개가 T셔츠를 입고 하이웨이를 기어가고 있다'느니 `우주인간 ET가 하이웨이에 나타났다'느니 NBC TV에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미주리주(州)의 한 마을을 지날 때는 위랜드가 베트남 전쟁에서 지뢰를 밟고 반신을 날렸을 때 헬리콥터까지 업어다 준 전우를 만나 끌어안고 울기도 했다.먹고 입고 사는 것이 풍족해지면서 신(神)까지 버리고 무기력해지고 있는 미국의 청소년들에게 위랜드는 신선한 영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한다. 그는 지금 1천 번 이상 각급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집념의 전도를 하고 있다 한다. `나에게는 권태로운 날이라고는 단 하루도 없다. 목표를 세워 그것을 해내는 것이 사는 재미인 것이다. 안 된다고 생각했을 때 다리가 열두 개 있어도 그 인생은 끝장이다. 거기에 신을 믿는다면 안 되는 일이 없다.' 갈기갈기 찢어져버리고 문드러지고 없는 빈사의 퓨리터니즘(청교도정신-淸敎徒精神)을 미국사람들은 위랜드의 삶의 의지에서 재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남들과의 경쟁이 아니라 나의 의지와의 경쟁인 것이다. 좌절을 느끼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절실한 위랜드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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