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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막주인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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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안 의대기숙사 뒤편엔 5평 남짓한 움막이 있다. 지금은빈 채로 방치돼 있는 이곳 움막의 주인은 병원 의무기록실 시간급 직원으로 일했던 오치관(78)씨. 오씨는 지난 연말 노환으로 사망했다.1·4후퇴때 홀홀단신 월남했던 그는 블록을 세워 만든 이곳 가건물에서 혼자 20년을 기거했다.오씨는 78년 평직원으로 병원을 정년퇴직한 뒤, 의무기록실에서 시간급 직원으로 일했다. 월 급료는 80만원 정도. 혼자 움막에서 지내는오씨에겐 결코 적지 않은 돈이지만, 그가 돈을 쓰는 것을 본 직원들은거의 없다.오씨는 지난 연말 자신의 죽음이 임박한 것을 알고는 의무기록실직원들을 불러 2천9백여만원이 든 통장을 내밀었다. 그는 이와함께{그동안 도움받은 곳이 많았으니 대신 신세를 갚아달라}며 액수가 적힌 쪽지를 건넸다. 쪽지엔 [Y교회 3백만원, 병원교회 1백만원, 의대기숙사 1백만원, 의무기록실 2백만원, 사회사업실 50만원]이라고 적혀있었다.직원들은 오씨의 장례를 치른 뒤, 메모대로 7백50만원의 돈을 처리했다. 단, 의무기록실에 남긴 2백만원은 형편이 어려운 환자와 오씨의묘지 관리비용으로 쓰기로 했다. 그리고도 통장에 남은 2천여만원은오씨가 말년에 만났다는 중국에 사는 피붙이 조카에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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