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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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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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러 가면 일렬로 늘어서서 {어서 옵쇼!} 하며 꾸벅 절 하는 아이들을 흔히 본다. 한때는 노인들이 많이 보이더니, 슬그머니 아이들이 한두명 끼이다가 어느 틈엔가 청소년들로 모두 바뀌고 말았다.소리를 외치는 아이들의 얼굴에도 전혀 낯설거나 쑥스러운 빛이 없고, 기름을 넣는 어른들도 당연하다는듯 무심한 표정이다. 그중에는 아르바이트로 나온 학생도 있지만, 아예 학교를 자퇴하고 돈을 벌러 본격적으로 뛰어든 아이도 있다고 한다.더구나 그 애들의 꿈은 어서 독립해 유명상표의 신발을 사 신고, 유명브랜드의 모자를 쓰는 것이란다. 그 애들의 주장은 공부도 결국 돈벌려고 하는 것인 바에야 아예 지금부터 직접 나서는 편이 훨씬 정직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현시대의 문화적 현상이 밖으로 드러난 하나의 표상에 불과하다. 예나 지금이나 항상 똑같았던 아이들의 티 없는 감성이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물질숭배의 문화적인 채로 걸러져 나온 것이다. 아이들의 반항심과 사춘기의 감성이 60-70년대에 나팔바지나 통기타 등의 유행으로 표출됐다면, 지금은 이런 양상으로 나타나는 셈이다.한 시대에 깊이 배어 있는 생활양식이나 사회풍조를 넓은 의미의 문화라고 할때, 이 시대의 지배적인 문화양식은 상업주의와 개인주의이다. 더욱이 정보매체와 교통의 발달로 인해 문화는 이전과는 비할 수 없을만큼 훨씬 순식간에 파급되는 효과까지 갖게 됐다.그렇다면 앞으로 무엇이 어디서 오게 될 것인가. 자본주의의 제어할 수 없는 상술과 그에 따른 광고범람이 이제 아이들까지 길거리에 나가 앉게 만들고 그에 대한 우리의 의식까지 무디게 하는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 무엇이 또 올지 걱정이 앞선다.막연한 듯싶지만 사회전반에 퍼져 있는 문화에 대해서도 이제는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 우리가 오염된 물과 공기를 먹고 마시듯, 우리 아이들의 정신이 오염된 문화에 젖어가고 있기 때문이다.<치과의사·해반갤러리 운영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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