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캄의 면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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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나는 도지사, 시장, 국회의원 등 꽤나 그 이름들이 알려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설교를 하게 되었다. 설교를 마치자 여러 사람들이 나에게 인사와 함께 명함을 건네주었다.받은 십여장의 명함을 살펴보다가 그 속에서 나는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것은, 내가 잘알고있는 사람일수록 명함이 거창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의이름 앞에는 여섯 개나 되는 거창한 직함이 붙어 있어서 어떻게 이런 일들을 다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광고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많이 광고되어진 물건을 좋은 물건이라 고 사람들이 착각을 하듯이, 사람도 많이 광고되어진 사람이 훌륭한 사람인 줄로 착각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뉴욕타임즈의 인터뷰기자로 잘 알려진 게이 탈리즈(Gay Talese) 기자는 소위 세상적으로 인기가 있고 유명하다는 사람들을 수없이 많이 만났는데, 거의 모두가 인터뷰가 끝날 무렵에는 실망이 갔다고 한다. 그 사람에게 주어진 유명세나 인기는 사실 물거품과 같은 것이었고, 대부분 그들의 내면의 세계는 볼품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탈리즈는 돌아올 때는 또 하나의 속인(俗人)을 만나고 돌아오는 씁쓸함이 항상 있었다고 한다.'유명'과 '훌륭'은 결코 같은 것이 아니다. 유명해 지는 것은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인데 비하여 훌륭한 것은 오직 '있는 그대로의 평가'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진실한 것이다. 그래서 유명한 사람은 많아도 훌륭한 사람은 적은 것이다.14세기 영국의 수도사로서 오캄(Occam)이란 철학자가 있었다. 그의 철학을 대변하는 유명한 명제는 "원칙이란 불필요하게 곱해져서는 안된다.(Principles shold not be unnecessarily multiplied)"는 것이다. 즉 진리는 단순한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것을 흔히 철학에서는 [오캄의 면도날(Occam's Rozor)]이라고 부르고 있다.사람들은 복잡하게 생각하고, 일부러 만들어서 오해하고, 넘겨짚고, 과장하고 허세를 부리는데, 그런 사람은 진리나 원칙에 이르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예수님도 어린아이와 같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셨는데, 이 말씁도, 너무 복잡하고 넘겨짚기 잘 하고 술수가 있는 사람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서도 진리에 이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알란 리차드라는 사진작가가 아인슈타인의 사진을 찍다가 "박사님은 어째서 양말을 안 신고 계십니까"하고 묻자 아인슈타인은 바지를 조금 치켜들고 맨발에 허름한 구두를 걸치고 있는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며 "고기는 변변찮은데 포장비만 비싸서는 손해보지!"하면서 농담 하더란다. 그 순간에 이 사진작가는 아인슈타인에게서 위대한 두 개의 모습을 찾았다고 했다.하나는, 어린아이와 같은 단순함이요, 또 하나는, 오직 공부라고 하는 한 가지 생각 이외에 그는 거의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위대함이야 말로 오캄의 면도날같은 삶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철인 세네카는 "난장이는 산꼭대기에 서 있어도 키가 작고, 거인은 우물 속에 서 있어도 크다"고 했다. 내 모습 그대로,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갈 때 유명한 사람은 몰라도 훌륭한 사람은 될 수 있다는 교훈이다.그렇다.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다가 혹은 유명해지려다가 진실이나 진리에 이르지 못한 거품인생들이 적지 않다. 오캄의 면도날을 대어서 내 생각, 내 욕심, 내 생활을 좀 베어내야 할 것이다. 요즘 나의 고민 중 하나가 내 설교나 글이나 내 삶에는 쉭하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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