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 지금 문화적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최근의 미술교사 누드논쟁에서 보듯이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정도의 다양한 가치관과 주장들이 ‘자연스럽게’ 제기되고 있다．이런 감당키 어려운 변화의 배후에는 문화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음을 우리는 간파해야 한다．특히 근대사회를 상징하는 모더니즘도 정착되기 전에 포스트 모더니즘이라고 하는 후기현대사상이 유입되어 대중문화를 풍미하고 있으며,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가정생활에서는 여전히 유교적인 도덕에 기초한 전근대적 가치관과 교육이 강조되고 있지만,학교생활에서는 이성에 바탕을 두면서 자율적인 삶을 지향하는 근대주의적 교육이 행해지고 있고,사회생활에서는 ‘억압으로부터의 저항’ ‘다원성의 추구’ ‘전통에의 강조’ 등 삼중적 양상으로 상징되는 포스트 모더니즘적 문화가 횡행하고 있다．이러한 문화적 혼란 및 갈등의 현실은 결국 가정에서는 부모의 권위를,학교에서는 교사의 권위를 위협하고 있다．현재 젊은 세대들에게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포스트 모더니즘적 대중문화이기 때문이다．대중문화의 스타들이 부모나 교사보다 젊은 세대들에게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회현실은 이러한 주장을 강력하게 뒷받침해준다．따라서 이런 사회문화적 현실을 직시하면서 우리 한국교회는 지금의 이 상황이 더욱 극명해질 21세기를 신앙적,신학적 관점과 구체적인 선교전략에 기초해 맞이해야 한다．오늘날 한국개신교는 성장의 정체를 경험하고 있다．믿을 만한 최근의 통계자료들에 의하면 이러한 정체는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공신력의 부족과 문화적 수용력의 부재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그러므로 이제 우리 한국교회도 전통 및 대중문화의 수용력 배양을 통한 대사회적 지도력의 확보와 더불어,우리들의 삶의 모든 영역이 신앙의 영역임을 일깨우는 하나님 나라 운동을 통해 정직하고 전문적이며 정의로운 기독시민들을 양육함으로써 한국교회의 공신력 회복에 진력하여야 할 것이다．특히 이러한 상황인식은 우리들에게 문화선교의 장에 대한 우선적인 헌신을 요구하고 있다．21세기 한국교회의 과제는 이전과는 새로운 차원에서의 하나님 나라 운동이다．구체적인 과제의 내용으로는 무엇보다도 먼저 복음의 배타성과 함께 복음의 포괄적 수용성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물론 우리는 복음의 정체성을 확고히 함을 우선적인 과제로 삼아야 한다．우리의 구원은 오로지 예수의 이름으로만 가능한 것임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진리이기 때문이다．그러나 다양한 종교와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한국사회의 다원성을 고려하면서,어떻게 하면 한국 기독교가 책임적이고 성숙한 역량을 갖춰 사회적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하는 고민이 복음의 정체성 확보와 함께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과제이다．따라서 우리는 누구든지 예수의 이름을 부르면 구원을 받는다는 복음의 포괄적 수용성을 간과하거나 포기해서는 안된다．하나님이 그토록 사랑하신 이 세상을 우리가 너무 일찍 포기하는 것은 결코 복음적 태도가 아니다．이와 함께 한국교회는 경제적 안정 이후에 찾아오는 현대인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문화적 역량을 배가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이른바 정보사회,멀티미디어 사회로 상징되는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맞추어 복음전파와 나눔의 방법도 개선해야 한다．또한 이미 그러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 및 유년 계층을 수용하고 지도할 수 있는 문화적 수용력을 갖춰야 한다．정치경제적 민주화와 함께 동반되는 다원화의 경향 역시 오늘의 한국교회에게 이른바 포스트 모더니즘 등에 대한 적극적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결국 오늘날 한국교회의 성장이 정체하고 있다는 것은 곧 이러한 새로운 시대적 과제에 교회가 제대로 응답을 하지 못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한국교회의 문화적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임성빈(장신대 교수·문화선교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