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TOP
DOWN


남북정상회담 1주년

본문

민족의 설렘과 감격 속에 이뤄졌던 6·15 남북정상회담 1주년이 되었다.정상회담 이후 장관급회담개최,두 차례의 이산가족 상봉,각계인사들의 방북,경의선공사 시작 등 괄목할만한 일들이 진행됐다.그러나 미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후 남북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졌다.기대했던 제2차 남북정상회담도 아직 열리지 못하고 급기야는 김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방문일정을 밝힐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하기까지 했다.통일이 얼마나 어렵고 험난한 길이며, 통일문제는 민족적인 문제이며 동시에 국제적인 문제임을 새삼 인식하게 한다.한반도는 강대국의 각축전 속에서 그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분단됐고 이제 통일문제도 강대국의 정책과 그들의 국익에 따라 영향을 받고 있다.미국의 대북정책과 미사일방어(MD)체제를 강행하려는 부시행정부가 걸림돌이 되어 통일문제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토머스 프리드먼이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미친짓”이라고 비판을 한 미사일 방어체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논의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지구상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인 한국.이러한 상황에서 교회는 한반도의 통일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우리는 독일의 통일과정에서 교회가 했던 역할에서 기도의 힘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가를 발견할 수 있다.독일의 슈뢰더 총리는 “독일인들 모두는 동독인들이 냉전말 공산독재에 항거한 용기와 서독인들이 보여준 연대감에 감사하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서독교회는 동독교회를 크게 도와줬고 동독 교회는 저항과 기도운동을 통해 통일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서독교회는 동독교회를 위해서 1957년부터 1990년대까지 대략 40억 3000만 마르크를 지원해줬다.이런 과정 속에 이른바 ‘촛불을 든 무혈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동독 라이프찌히의 니콜라이 교회에서 촛불시위운동이 일어났다.촛불이 자기 몸을 태워 어둠을 밝히듯이 니콜라이 교회의 촛불시위는 공산독재의 어둠을 몰아내고 통일독일의 빛을 환하게 밝혀줬다.라이프찌히 니콜라이 교회의 촛불시위 역사는 1983년 가을의 평화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50여명의 동독 청년들이 라이프찌히 광장에 모여서 촛불을 들고 핵무기 설치에 반대하는 침묵시위를 벌였는데,경찰이 체포하려 하자 이들은 니콜라이 교회당으로 피신했던 것이다.이것을 계기로 동독인들은 매주 월요일 6시에 모여 촛불을 들고 ‘평화를 위한 밤’이라는 기도회를 가지게 되었다. 이 ‘평화기도회’는 비폭력적 방법으로 평화운동을 하는 모임이 되었고 세계의 정의와 평화와 인권,그리고 환경을 위해 일하는 단체와 정보교환도 하며 서로 굳게 연대하게 됐다.이 촛불을 든 월요일 밤의 평화기도회는 그후 계속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체포되거나 서독으로 추방됐다.1989년까지 이 기도회는 약 100여명 정도 모이는 집회였으나 1989년 7월부터 동독주민의 집단탈출이 일어나자 평화기도회에 참석하는 숫자가 급속히 늘어났다.10월 2일에는 2만명 ,16일에는 20만명,그리고 드디어 10월 30일에는 57만명이 모여 비폭력 시위를 하기에 이르렀다.이 촛불시위운동은 독일통일과정에서 성직자와 재야운동가들이 민주화와 변혁운동을 이끌어간 ‘노이에스 포름’을 태동시켰다.공산독재에 항거하기 위한 시위는 곧 다른 도시로도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나갔다.11월 4일 동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에서는 100만명이 시위를 하기에 이르렀다.마침내 11월 9일 베를린장벽은 평화의 함성으로 무너져 내렸고 이듬해 1990년 10월 3일 독일은 통일되었다.독일이 통일되기까지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과 계기가 있었지만 그 불씨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월요 평화기도회’의 촛불시위를 통한 비폭력 저항운동이었다.촛불이 어둠을 몰아내듯 평화와 정의와 인권과 민주화를 위한 촛불 기도회가 공산독재의 어둠을 몰아내고 독일 통일의 빛을 비추는 계기가 된 것이다.독일교회의 기도회와 평화운동이 독일의 통일에 크게 기여했듯이 한국교회의 기도의 힘이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앞당길 것이다.신앙과 기도의 힘이 여리고 성을 무너뜨린 것처럼 기도는 분단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이땅에 평화통일을 가져올 것이다.데레사 수녀는 기도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가르쳐 준다.“사랑이 참되기 위해서는 기도 안에서 하나님과 함께 하여야 합니다.우리가 기도하면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하면 비로소 봉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유석성(서울신학대학교 교수)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3,499 건 - 584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