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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조정자 예수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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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의 혼돈 가운데서오늘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가장 큰 중병(重病)은 옳고 그른 것을 판별할 수 있는 가치기준이 사라져 버리고 없다는 것이다. 가치관의 혼란을 경험했던 70년대 대학생들이 많이 읽던 책 가운데 하나가 칼 만하임의 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 라는 책이었다. 갖가지 이념들이 상충하는 혼란 가운데서 지식사회학이 탐구하는 이데올로기의 연구를 통해서 사회의 혼돈을 이해하는 방편을 찾고자 하는 노력 때문이었다.만하임은 인류역사 속에 있었던 갖가지 이념들을 탐구한 결과 이것들을 두가지 개념범주 안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현존하는 체제들을 유지시키기 위해 발전된 이념들을 이데올로기라는 범주 안에 정리하였고, 현존하는 체제를 변혁시키기 위해 발전된 이념들을 유토피아라는 범주 가운데 포함시켰다. 현존하는 체제 속에서 기득권을 누리고 만족하는 계층에 속한 사람들은 현실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이념들을 만들어내고, 현실 가운데서 소외되고 억압을 받는 계층들은 현실을 변혁하는 데 필요한 이념들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념들은 현실 유지적인 혹은 현실 변혁적인 힘을 발휘한다.문제는 서로 상충하는 이념들이 한 사회 가운데서 빚어내는 불협화음이다. 한 사회 속에 내재하는 문제의 심각성이 깊을 때에는 불협화음을 내는 정도에 끝나지 않고 현실적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율법적이고 보수적인 체제가 등장하고, 그것이 위협을 받을 때는 억압적인 모습으로 둔갑한다. 율법적이고 억압적인 체제 가운데서 억압을 당하고 고통을 당하는 계층들은 당연히 그 체제를 전복시키고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이념들을 만들어내고, 그 이념의 힘에 이끌림을 당한다. 이러한 이념의 힘은 혁명을 자극하고 정당화시키며 추동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경우도 있다.만하임은 이와 같은 갖가지 이념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 속에서 어느 체제에도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인 위치에서 사회현상을 관찰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처방을 내릴 수 있는 계층에 주목한다. 이들이 바로 다름아닌 지식인들이다. 지식인들은 어느 계층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편향되지 않고 한 사회가 지향해야 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처방을 내린 만하임에 대해 다른 지식인들은 만하임의 견해는 어느 계층에도 소외되지 않고 안전을 유지하면서 생존을 보장받으려는 지식인 중산층의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한다. 만하임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그가 속한 계층의 존재 구속성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논리이다.이와 같은 이데올로기 비판적 시각에서 오늘 한국사회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관찰할 때 가치관의 혼돈을 일으켜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군사독재체제 하에서 억압을 받고 자유의 제약을 받던 시절에는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판별하는 기준이 명확했다. 국민들은 독재권력을 행사하는 군사독재에 저항하면서 민주주의라는 숭고한 이상을 위해 투쟁했다. 그러나 오늘날 민주화된 사회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무엇이 옳고 그르며, 누가 옳고 그른가를 판별할 수 있는 준거점을 설정하기 어려운 심각한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다.이와 같은 가치관 혼돈의 상황 가운데서 교회가 서있는 자리는 어디인가 교회가 수호하는 가치는 이데올로기가 아니고 진리이며 복음일진대 사회적 가치관이 흔들리고 혼돈을 겪고 있을 때 적어도 옳고 그름의 준거를 제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는 한국사회에 진리의 준거를 제시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지 생각하게 될 때 고개가 숙여짐은 왠 까닭일까.옳고 그름을 판정할 수 없는 혼돈의 질서가 지배하고 있는 대혼돈의 한가운데서 하나님 나라 복음을 외치셨던 예수께서는 세상의 이데올로기들의 각축장에서 어느 편에 편향되지 않고 이데올로기 경쟁이 만들어내는 인간들의 죄와 탐욕을 대신 짊어지시고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이하셨다. 모든 인간들의 죄를 함께 못박은 십자가는 하나님 뿐만 아니라 이웃들과의 화해를 창조하여 인류역사 속에 새로운 가능성의 길을 놓았다.오늘 우리는 모두가 생각없이 질주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회개하여야 할 때이다./김원배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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