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동 김유경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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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쿤 캅”한참 재잘대던 태국 어린이들이 한 외국인 부부에게 감사하다고 말한다.그 외국인 부부는 한국인이었다.허기동(34) 김유경(31) 선교사부부.이들은 태국에서도 낙후된 지역인 동부 시사켓주 푸싱면에서 5년째 사역하고 있는 주님의 일꾼이다.지난 94년 8월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와 충신교회로부터 파송받은 허선교사 부부는 이제 겉모습만 빼곤 태국의 여느 시골사람이 다 됐다.“처음엔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봐 어쩔 줄을 몰랐어요.밥먹을 때는 물론 잠잘 때도 이웃 사람들이 문 틈으로 지켜봤거든요” 김유경선교사는 웃으면서 당시의 상황을 설명한다.사실 태국에 있는 선교사들의 대부분이 방콕이나 치앙마이 등 대도시에서 사역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시골 사람들이 외국인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아들 이레(3)도 태국 시골 아이들과 함께 발가벗고 다니길 좋아한다.태국에서 태어난 딸 예지(1)는 엄마 아빠보다 주인집 아주머니가 안아줄 때 더 깊이 잠들곤 한다.허선교사 부부가 사는 마을에 세워진 콕차른교회 신자들은 이제 누구보다 친근하게 이들을 대한다.물론 복음을 전하다 불교문화권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할 때도 많다.하지만 태국 사람들의 영혼을 향한 사랑은 누구보다도 뜨겁다.94년 이들이 푸싱면에 막 왔을 때였다.당시는 무지와 두려움의 악령이 마을 사람들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었다.어떤 가정을 방문했는데 한 아주머니가 앓아 누워 있었다.그 아주머니의 숨소리를 들은 김유경선교사는 전직 간호사였던 경험으로 그녀가 곧 죽을 것임을 직감했다.그러나 그녀는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앞에서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단지 딸에게 어머니가 곧 죽을 것 같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만 일러주었다.김선교사는 한동안 이 일을 잊고 지냈다.그런데 그 집에서 연락이 왔다.결국 그 아주머니가 죽었다는 소식이었다.김선교사는 가슴을 쳤다.“그날 손을 잡고 기도라도 해주었어야 했는데….왜 복음을 전하지 못했던가. 선교사인 내가….내가 못하는 일을 성령께서는 할 수 있었을텐데”회개기도를 드렸다.이 사건을 계기로 그녀는 담대하게 복음을 전했다.그리고 성경공부 모임도 만들었다.사람들은 성경에 관심을 가졌고 어둠의 세력에서 조금씩 벗어났다.복음을 지금 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태국인들을 품었다. 그리고 삶의 방식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허선교사 부부가 그동안 이뤄온 결실은 영적인 부분만이 아니다.낙후된 농법과 개발의지의 결여 등으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농민들에게 다양한 선진농법을 가르쳤다.종자 및 비료 보급,저리의 농업기금 대여,고수익성 작물재배 등의 교육을 통해 농가의 소득을 크게 증진시켰다.“주민들이 삶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됐어요.자발적으로 예배당을 찾고 성경을 공부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절망’과 ‘탄식’의 땅이 ‘희망’과 ‘복음’의 땅으로 변하고 있습니다”허선교사는 복음을 전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사랑을 실천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변화된 삶을 사는 것을 보며 불신자들도 ‘ 예수그리스도 영혼구원 성경 복음’ 등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자립을 위해 노력하는 현지인들을 보며 신앙의 위대한 힘을 느꼈다.허선교사는 지금 태국 학생 복음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대학생 선교와 교회 리더를 세우는데 앞장설 예정이다.콕차른교회는 최근 방콕 크리스천 대학생들의 필수 방문지가 됐다.지역사회에서 환영받는 교회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복음을 받아들여 주민들의 삶과 생각이 변화된 모범적인 마을로 손꼽히고 있다.허선교사는 이제 주님이 주시는 환상을 보고 있다.바로 태국 땅의 불과 5% 남짓한 기독교인들이 뿌린 씨앗이 30배,60배,100배의 결실을 맺는 환상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 미완성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땀과 눈물과 사랑을 쏟고 있다.오늘도 허선교사 부부는 미래 태국의 복음화를 위한 씨앗을 뿌리고 있다.비록 이슬람교가 최근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지만 대다수 시골 어린이들은 복음에 대한 흡인력이 강하다.어른보다 어린이에게 뿌린 복음의 씨앗은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믿는다.허선교사 부부는 예수님을 영접하고 변화된 주인집 딸의 고백을 지금 태국의 농촌에서 듣고 있다.성경공부모임에 참여한 어린이들의 신앙고백을 들으며 더욱 사명감을 갖는다.“저는 이제 예수님의 자녀예요.예수님이 좋아요”.<우여곡절 겪은 허선교사의 결혼 뒷얘기>“하나님의 치밀하신 계획에 놀라고 맙니다” 허기동선교사는 진지하게 고백했다.사실 김유경사모와 결혼하게 된 것은 정말로 하나님의 섭리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했다.이북에서 단신 월남했던 김사모의 부친은 처음에 허선교사의 존재를 몰랐다.하지만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간사로 일했던 허선교사와 자원봉사자였던 김사모는 함께 선교의 비전을 꿈꾸게 됐다.허선교사가 훈련을 받고 태국에 가서 어학을 공부하고 있을 때였다.귀하게 자란 외동딸이었던 김사모는 결혼을 결심하고 식도 올리기도 전에 혼인신고까지 스스로 마쳤다.그리고 결혼과 태국행을 일주일 남겨놓고 허선교사가 도둑처럼 한국을 찾아와 처가를 방문했다.그러나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사모의 부친이 허선교사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내가 너에게 내 하나뿐인 딸을 줄 것 같았니”라며 윽박질렀다.가뜩이나 체격이 작은 허선교사에게는 참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하지만 허선교사의 됨됨이를 보고는 곧 마음이 녹아졌다.두 사람의 결혼은 숱한 시련을 극복하고 얻어진 것이었다.지금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당히 채워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린다.낯설고 물설은 오지에서도 주님만을 바라보며 기쁨으로 살아가고 있다.평신도로 하나님의 선교명령에 충성하는 것에 최고의 기쁨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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