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의 기독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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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동네에 나타난 외국인은 아이들에게 큰 구경거리였다.아이들은 전혀 같은 방향이 아님에도 그 외국인을 따라 몇 백m를 이유없이 동행하며 호기심을 마음껏 충족시키곤 했다.지금 생각해보면 우리와 다르게 생겼다는 그 이유보다는 막연하게 그 모습이 부를 상징한다고 믿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60년대의 우리의 모습보다 더 암담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 방글라데시의 첫 인상이었다.민망하리만치 쳐다보고 따라다니는 아이들의 천진한 눈빛은 그래서 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다. 철이 들기도 전에 생업전선에 뛰어나가야 하는 아이들,한창 뛰어놀 나이에 동생들 돌보는 일로 하루를 보내거나 한 남자의 아내가 돼 어린 시절을 송두리째 내던지는 아이들,대부분 아랫도리만 가린 몸에 맨발을 하고 앙상하게 마른 몸으로 힘겹게 지게를 지고 다니는 모습이 그 나라 어린이의 현실이었다.방글라데시는 또한 여자에게도 힘겨운 나라였다.남존여비 사상이 투철한 그곳에서 여자는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일에 허덕이며 심지어는 학대의 대상으로 존재했다.그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조혼이며 일부다처제이고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하며 그리고 생계를짊어져야 하는 일까지 떠맡겨져 있다.그들을 위한 교육이 따로 있을 리 없으며 그저 정해진 운명대로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이런 아이들과 여자들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바로 기독교였다.방글라데시에 부는 기독교의 바람은 언뜻 보기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는 듯 했다.자신을 주장할 줄 알게 만들고 남들과 다르게 살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며 스스로를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도록 만들어주었다.어린이와 여성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방글라데시의 사역을 돌아보던중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사람은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20여년간 근무하다 사역을 떠난 윤루디아 선교사였다.이미 60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정신으로 여성들을 철저하게 교육시킨다는 생각으로 열정이 넘쳐 흘렀다.여성 하나의 변화가 아이들의 변화를 가져오고 더 크게는 나라의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는 윤선교사의 말은 머지않아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보여질 방글라데시의 미래를 보는 듯했다.그때가되면 신기한듯 줄지어 외국인을 따라다녔던 이나라 어린이들의 모습은 추억속에 묻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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