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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의 파수꾼 (겔33:1-7)

본문

해가 열번 바뀌면 강산도 얼굴을 바꾼다고 했습니다. 벌써 열두돌을 맞이 하면서도 여전히 원통 하고 치욕스러운 역사는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해마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우리는 지켜보면서 역사 의 새 계절, 역사의 새날에 대한 의미심장한 암시를 전해 듣고 보면서도 정작 이 땅의 역사는 제자 리 이거나 꺼꾸로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종종 사로잡힙니다. 저를 낳아준 아버지의 땅에 겨눈 탐욕의 흉탄이 남긴 상처는 곪아 터져가도록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한채 벌써 열두해가 막 넘어가려 합니다. 푸르디 푸른 우리들의 봄을 짖밟은 낯선 야욕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탐욕의 손과 발로 이 땅을 마음놓고 유린하던 날을 우리들의 두눈으로 보았습니다. 정작 지킬 것이 많은 사람들은 그 림자도 보이지 아니하고 꼬리를 감추어 버렸던 것을, 오히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가슴펴 고 당당하게 총앞에 서서 새날을 그리워하며 한 맺힌 새벽을 끝까지 지켰던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열두해를 까먹은 지금, 광주의 오월은 지금 무엇으로 남아 있는지, 정확한 규명도 뒤 로 미루어진채이고 역사적인 책임을 묻는 일도 흐지부지 되어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서서히 사리지 고 있습니다. 폭도 란 이름으로 재판을 받고 씌워진 굴레가 지금까지 여전히 남아 있는데, 골깊은 아픔과 그날의 상처는 전혀 아물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강산도 얼굴을 바꾼다는 10년이 훨씬 흘 렀지만 이름도 없이 지하에 누운 넋들의 뜻이 제대로 밝혀질 길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아득한 망각 의 길로 접어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역사를 아득한 망각의 세계 로 떠나 보내고 있는 이 시절 이 땅을 향하여 비상나팔을 부는 파수꾼 (에스겔 33:6)이 되어야 합니다. 야훼 여호와 하나님은 우리를 이 역사의 파수꾼으로 세우셨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33:4) 역사를 바라보며 망각하지 아니하고, 정의의 눈을 부릅뜨고 참으로 아픈 역사를 바라보며 생생하게 이를 전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깨어 있어야 하고 살아있는 가슴과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정의가 하수같이 흐르는 새날을 우리가 기리고 희망한다면, 우리의 가슴이 정의로와야 하고 우리의 입술과 손과 발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깨어 있고 정신을 차리고 있을 때라야, 우리의 역사를 바르게 바라볼 수 있고 이를 바르게 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있는 눈으로, 살아있는 가슴으로 고통의 의미, 쓰라림의 의미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단 지 사건 속에 매몰되지 않고 그 고통과 안타까움, 억울함의 의미를 찾아 내야 합니다. 야훼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하여 너 사람아, 내가 너를 이 겨레의 파수꾼으로 세운다 라고 말씀하신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파수꾼은 살아있고, 깨어있기 때문에 아픔과 억울함을 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것 의 의미를 헤아릴 수 있고 그 생생한 내용을 바라봅니다. 역사적 위기를 알아차리고 비상나팔을 부는 책임적인 용기가 그에게 있습니다. 우리는 잃어버린 새벽을 찾아야 합니다. 채 피어나지 못한 그날의 봄꽃이 활짝 피어나도록 사람들 을 일깨우며 살아있는 가슴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깨어있는 파수꾼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 시간에, 바로 이 시대에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 온갖 형태의 억울하고 쓰린 역사적 사건 속에서 파수꾼의 깨어있는 눈으로 그 의미를 발견해야 합니다. 이렇게 모여있는 우리들의 의미, 감옥 에 갇혀있는 우리 벗들의 의미를 바라보고 이것이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에게 어떠 한 삶의 결단을 요구하는지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오늘과 내일의 희망 으로 연결지울 수 있는 고리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깨어있지 않다면 우리를 힘있게 살게하고 변화를 일으키며 자라게 하는 푸르고 튼튼한 의식이 견 뎌내지 못하고 쉬 무너져 내리기 마련입니다. 살아있지 아니하면 절망의 습관에 둘러쌓여 갇혀버리 고, 살림의 의식은 몸살을 앓고 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를 향하여 말씀하시는 너를 이 겨레의 파 수꾼으로 세운다는 선언을 의미심장하게 듣고 책임적인 움직임이 우리에게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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