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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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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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초반 서울의 한 하숙집. 유학 준비중이던 하숙생 Q씨를향해 주인집 딸이 [짝사랑]을 시작했다. 첫사랑이었다.[저녁 식사 때 날 보고 웃었다], [오늘은 진회색 쓰봉을 입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적힌채 차마 고백되지 못한 연정. 우연히 식탁에서 이 일기장을 Q씨가 읽었다. {이렇게 나를 사랑하는 여자를 다시만날 수 있을까.} 고민끝에 결혼하기로 결심했으나 친구들은 {그건사랑이 아니라 동정}이라며 말렸다.부모의 반대도 심했다. 난생 처음 고집을 부려 주변 사람들을설득한 Q씨의 결혼식이 열렸다.{신부가 고졸이라죠.} {신랑부모가 펄펄 뛰었대요.} {신랑, 인물도 참 좋네.}.수근대는 하객들 사이로 친정아버지의 팔짱을 낀 신부가 행진을 시작했다. 절뚝 절뚝…. {소아마비를 앓았다더니 정말 다리를 많이 저네요.}.웅성거림이 더 커졌다.열 발짝쯤 걸었을까. 먼저 입장했던 신랑이 갑자기 신부쪽으로 달려왔다. {아버님, 제가 좀 일찍 데려가겠습니다.}.Q씨가 신부를 번쩍 안아들었다. 적막이 흘렀다. 신랑이 걷는신부행진. 하객들이 하나 둘씩 일어났다. 박수가 터지고 아주머니들은 손수건을 꺼내 들었다. 하객 전원의 기립박수와 울음으로 결혼식은 5분쯤 지연됐다.그때의 신랑은 지금 교수가 돼 서울의 한 대학에서 건축학 강의를 하고 있다.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두 형제는 장애인 환자에게특별히 친절한 의사가 돼 인술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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