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1천5백명 `부활'시킨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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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가는 날은 시집가는 날 받아놓은 것처럼 신이 나요. 재소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수님이니 기쁠 수밖에요.”.22년간 감옥의 재소자들을 찾아다니며 어머니 노릇을 해온 정팔기(세례명 안나)할머니. 부활절을 맞는 감회가 남다르다. 82세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고운 자태를 가진 정 할머니는 '아들'이 1천5백명. 대구에서 대학교수를 하는 친아들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는 자매 결연으로 인연을 맺어 '부활'시킨 자식들이다.“76년 명동성당에서 소년원 봉사를 갔어요. 머리를 박박 깎은 재소자들을 보는 순간 놀랍고 무서워서 다리가 후둘거렸어요. 눈을 딱 감고 있는데 '우리 불쌍한 애들을 제발 도와주세요'하는 수녀님의 외침이 들려왔어요. 그것이 시작이었죠.”.대구 부잣집 딸로 태어난 정 할머니는 21세에 동경유학을 다녀온 남편과 사별했다. 고된 시집살이를 하다가 시아버지가 남겨준 통장으로 소년원을 찾기 시작했다. 어린 재소자들이 21가 돼 교도소로 이감되자, 할머니도 '아들'을 좇아 교도소로 갔다. 그렇게 해서 돌아다닌 교도소가 청송감호소를 비롯한 17곳.“일주일에 한번씩 송편 빚고 김밥 말고 닭을 튀겨요. 자주 갈 수 없으니 제일 좋은 재료로 만들지요. 20∼30명분의 음식을 만드는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이 기뻐요. 애들에게 점심을 먹이고 2시간쯤 성가 부르고 기도하다가 헤어질 때는 애들도 울고 나도 울지요. 왜 그렇게 애들이 보고 싶은지….”.정성껏 뒷바라지했던 이들이 사형을 받았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며 눈시울을 적신다. “지난번 23명이 사형당했을 때 내가 돌보던 이가 4명이나 죽었어요. 어머니 은혜는 죽어도 다 못갚을 거라고, 나가면 꼭 효도하겠다고 했는데…. 자식이 죽으면 가슴속에 묻는다는 말이 있죠. 다 내 가슴에 묻혀 있어요.”.마음잡고 살던 출소자가 죄를 짓고 감옥에 갔을 때가 또한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네가 다시 수갑을 차면 나머지 수갑에 내 손목을 채워 같이 들어가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한다. 할머니가 돌봤던 재소자들가운데 다시 죄를 지은 사람은 3명. 애들이 냉방에서 자는데 나만 따뜻한 방에서 잘 수 없다며 냉방을 고집한 '어머니'의 기원이 통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5백만원짜리 전셋방에서 청송감호소에서 출소한 '아들' 4명과 살고 있는 정 할머니. 대구의 친아들이 매달 보내주는 80만원과 집을 판 돈으로 옥바라지를 해온 할머니는 오늘도 기원한다. 하느님앞에 가는 날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해달라고, 그리고 뒤를 이어 재소자를 돌볼 사람을 찾게 해달라고.“성경에도 있잖아요. 선한 99마리 양보다 길 잃은 한마리 양이 소중하다고. 출소한 사람들한테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예요. 꼬옥 안아 주고 '내가 아버지 노릇해줄게 한번 살아보자'하는 사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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