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TOP
DOWN


씀바귀

본문

중국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어미 젖을 먹이기 전에 오향이라는 다섯가지를 먼저 맛보인다. 맨먼저 초 한 방울을 핥게 한다. 얼굴을 야릇하게 찡그리게 마련이다. 이어 소금을 핥게 하고 이어 씀바귀 대를 자르면 스며나오는 하연 젖빛깔의 즙을 입에 떨어뜨린다. 씀바귀의 쓰디쓴 맛의 원천이 바로 그 뽀얀 유즙이니 아기는 오만상을 찌푸리고 울어대다.네번째가 가시나무에서 가시를 따와 혀끝을 살짝 찌른다. 그렇게 울고나면 다음에야 달디 단 사탕을 핥긴다. 미국 선교사가 이 중국 농촌의 오향습속을 보고 신생아 학대의 원시적 유속이라 하여 악습은 폐지돼야한다고 역설하는 것을 임어당이 [인생을 보는 서양문명의 한계를 그로써 볼 수있다]고 비꼰 글을 본 기억이 난다.우리 나라의 정초 시식에 아이들에게 고들빼기 김치, 곧 씀바귀를 먹이는 관습도 이같은 철학이 내재되지 않았나 싶다. 이처럼 시고 짜고 쓰고아픈 맛을 감내하지 않으면 인생의 단맛을 맛볼 수 없다는 철학 음식인 것이다. 그 인생의 쓴 맛으로 씀바귀가 선택됐다는 것은 우리 식생활주변에가장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쓴 음식이 씀바귀이기 때문이다.김치 왕국인 우리 나라는 씀바귀로 담근 고들빼기 김치의 수요가 날로더해 감으로써 세계 제일의 씀바귀 소비국으로 손꼽히고 있다. 입맛 돋우는 음식으로 명가의 며느리 자질을 테스트 하는데 이 고들빼기 김치맛이빈도높게 선택되었던 전통 음식인 것이다.과거를 앞둔 서생이나 부모 머릿맡에서 간병하는 효자들에게 있어 잠은그야말로 수마가 아닐 수 없다. 그 잠을 쫓는 가장 친근한 처방으로씀바귀즙을 내 먹었다. 그리고 겨울날 먼길 갈때 밭두렁의 눈 틈에 난 파릿파릿한 씀바귀를 보면 이를 뜯어 얼음 물에 헹구어 날것으로 먹게 마련인데 그렇게 함으로써 추위를 덜 타는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씀바귀를 한적에서 유동이라고도 하는데 겨울에 푸른 기운을 유지한다 하여 얻은 이름이다.씀바귀는 씨를 받아 재배해야 하는데 재배 기간도 10개월이나 걸리는 데다 열리는 씨앗 수도 적고 심으면 발아율이 60%밖에 안되어 대량 재배에한계를 느껴온 터였다. 이에 충북 농진청의 연구진은 씨앗 재배아닌 종근재배곧 뿌리를 얇게 잘라 심음으로써 크기도 배로 늘리고 수확기도 반감했으며 수확량도 60%나 올릴 수 있게 됐다 한다.중국서는 갓난 아이에게 쓰디쓴 즙을 먹인다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대량으로 생산하여 온통 과보호 속에 달디달게만 자라온 유약한 청소년들에게철학 음식으로 마구 먹였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3,499 건 - 246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