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공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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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 나갈때 메기는 향두가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염라대왕 앞에가면 우두나찰, 마두나찰이 형틀을 차려 놓고 신문하는데 [헐벗은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하였는가 /깊은 물에 다리놓아월천공덕 하였는가 /병든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 하였는가/좋은 밭에 원두심어 행인공덕 하였는가/길바닥의 보화주워 실물공덕 하였는가.] 이승에 살았을 때 음덕을 쌓았느냐 못쌓았느냐의 적덕이 극락행이냐 지옥행이냐의 첫 갈림테스트다.잃어버린 물건 주인 찾아주는 실물공덕은 비단 저승에 가 극락으로 가느냐 지옥으로 가느냐를 가름할뿐 아니라 이승에서 복의 많고 적음이나 수명의 길고 짧음도 좌우하는 요인이었다. 명종때 정승을 15년동안이나 한 상진 대감이 수찬 벼슬에 있었을 때의 일이다.숙직을 마치고 이른 새벽 퇴청을 하는데 길바닥에서 붉은 비단 보자기로 싼 황금술잔 한벌을 주웠다. 이에 방을 붙이기를 아무날 밤 실물을 한 사람은 아무 동네 아무개를 찾아 오라고 했다. 이튿날 한 사람이찾아와 얼굴도 들지 못하며 말하기를 {소인은 대전 수라간 별감이온데자식놈의 혼사가 있어 금잔을 몰래 빌려내었다가 잃어버렸으니 이 일이들통나면 때를 기다리지 않고 목이 베일 터이온데 목숨을 구해 주시옵소서}하는 것이었다. 상진은 그 황금잔을 돌려주고 그런 이야기를 일체 입에담지 않았던 것이다.당시 홍계관이라는 소문난 점쟁이가 있었는데 이 분의 예언 치고맞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상진대감이 이 명복이 예언한 나이를 맞이하여 신변을 정리하고 죽기를 기다리는데 죽지 않는지라, 홍계관을 불러맞지 않는 연유를 따져 물었다. 이에 명수는 틀림없는데 반드시 남몰래 베푼 음덕으로 연명된 여분의 목숨일 것이라 하고 꼬치꼬치 따져 물어 금술잔의 실물공덕을 끄집어 내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15년 연수됐다했는데, 과연 그후 15년을 더 살다 죽었던 것이다.서울 성동에서 퇴청하던 한 샐러리맨이 길거리에 떨어진 가방을주워보니 35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돈이었다. 그 돈을 주인찾아 돌려 주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젊은이 실물공덕으로 자신의 명수보다 적어도35년은 연수가 될 것이다.콜롬비아 여객기 공중폭발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녀를 최초로 목격한 행인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이 소녀의 목에서 금목걸이를 훔쳐 갔다는 사실과 비교해 볼 때, 한 신문 지면에 보도된 실물공덕이기에더욱 돋보이기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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