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죽음-대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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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화계를 이해하는 패러다임으로 [정신오염]을 들 수 있다.작품속에 인간성이나 인도주의를 도입하여 사회주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사조를 일컬은 것이다. 그 범인으로 지탄을 못이기고 자살한 중견 시인으로 문첩이 있다. 문첩과 친한 여류작가 대후영이 문첩을 모델로 하여 [시인의 죽음] 이라는 소설을 썼다.문화혁명 시기의 시인, 화가, 가수, 배우, 교수 등 지식인들이 정신오염 분자로서 외양간으로 불려지는 수용소에서 무참하게 피흘린 인간성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후 [오 인간!]이라는 대표작을 발표, 정신오염 분자로 규탄받아 오던 대후영이 상해 자택에서 피살되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그녀는 58세로 복단대학에서 문예이론 강의를 하고 있었다.[오 인간!]은 대학생 주인공 하형부가 벽신문 때문에 추방된 것으로 부터 시작된다. 귀국한 한 화교학생이 어머니의 위독으로 출국하려는데 대학 당위원회가 허가하지 않은데 대한 인도주의의 항의 벽신문인 것이다. 브론테의 [제인 에어] 를 읽고 울었다 하여 인간성에 오염된 위험 인물로 낙인찍힌 여주인공을 비롯, 모난 이데올로기의 모서리에 둥근 인간성이 다치는 역정을 실감나게 그린 것이다.대후영은 그 소설의 후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무산자의 딸이요 글도 모르는 문맹 어머니의 딸로서 대학까지 들어간 자신은 마르크스 레닌주의의 기본 원리에 입각한 사회와 인간 원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고 젊었을 때의 자신을 고백하고 있다."연단에 서서 지도자의 의도 에 맞게 작성된 연설원고를 큰소리로 외우며 나에게 인도주의를 가르친 선생을 규탄했었다. 나는 선생을 사랑하지만 그 이상으로 진리를 사랑한다"고.한데 세상 속에 들어가고 보니 사회주의 이론이 운명을 더불어 하고 밑바닥에서 부터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에 핏자국을 내고 눈물자국을 아롱지게 했으며 그것이 위축되어 작아진 자신의 양심을 찾아와 흔들어 댔다는 것이다.[오 인간!]은 정신오염 문학이요 반체제 문학이라 하여 규탄으로 일관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인간성 부활에 집착한 나머지 지난 20년 동안 사회주의가 이룩한 업적을 묵살했느니 인간집단을 보다 고양시키고자 고통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공산주의의 용기를 비하했느니 하는 등 비판시각은 다양하다.그 심한 비판과 규탄 속에서 침묵을 지켜왔던 그녀가 피살당했다.살해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데올로기와 인간성과의 갈등에서 탄생된 순교자임에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1996. 9. 1. 이규태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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