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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 파 사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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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결혼을 앞두고 신부수업을 받던 유영숙(34·부산시 금정구부곡3동)씨에게 어머니(70)는 언제나 엄한 [스승]이었다. 알뜰하기로소문난 어머니로부터 시집살이의 ABC를 배우기란 쉬운일이 아니었다.{닭은 윤기와 노란색이 감돌아야 하고, 무는 껍질이 희고 끝이 가늘어야 한다….}.특히 어머니와 장을 보러갈 때면 강의는 끝도 없이 계속돼 메모를해야 할 지경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가 봐온 장바구니에는 노랗게 시든 파 한단이 들어있었다.이후 며칠째 계속 그런 파만 사오는 어머니에게 유씨는 [평소 가르친 것과 다르지 않느냐]고 항의성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파를 파는 행상할머니의 집안 얘기부터 꺼냈다.{야채골목 귀퉁이에서 이 파를 파는 할머니는 아들이 돈번다고 서울로 가고 없더구나. 할머니도 건강이 좋지 않아 병상에 누워 있는 날이 많았구 말이다. 그러다 지성으로 키운 파들이 말라버렸다지 뭐냐.}.시든 파라도 팔러 나온 할머니를 본 어머니는 일부러 날마다 장에나가 그 파만 사오셨다는 것이다.유씨는 {어머니로부터 받은 명강의 가운데서도[물건보다 사람의 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가르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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