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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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묵객들 그림 속의 사군자를 인격화하여 사람 보호하듯 보존하는 관습이 있었다.매화는 악록자라하여 격정이나 질투의 불꽃에 몸을 데일 가봐 눈나리는 산골작에 숨어산다. 그래서 질투에 겨운 사람이나 격정을 못가눈 사람이 혼이 담긴 그림속의 매화를 보면 매화꽃이 변색을 하는 것 으로 알았다.난초는 연미자라하여 속세를 떠나 심산유곡에 사는 성현이라 이 그림있는 곳에 밥짓는 연기나 고기 굽는 연기 몸치장하는 분향내가 와 닿으면 그림 틀과 색이 이지러진다.대나무는 소소자라하여 낙천적이기에 근심걱정이 있거나 눈물 흘리고 보면 본색이 사라지고 국화꽃은 엄구자라하여 두 마음을 갖거나 사심이나 변심을 한자가 보면 그림 속의 꽃빛갈이 분명히 퇴색하는 것으로 알았다.곧 오래 남을 혼이 담긴문화재는 물리적인 외기에만 영향받아 변질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질투, 근심, 걱정, 변심, 배반에도 민감하게 감응하는 것으로 알고 그 문화재를 접하는데 근신을 했던 것이다.묵화의 검은 색은 그 농담으로 속칭 99색을 낼만큼 다양하다. 그 빛깔의 濃淡(농담)에서 발채하는 채색의 변화에 따라 그 그림을 청명전에 그렸는지, 장마철에 그렸는지, 구름많은 날에 그렸는지, 서풍부는 날에 그렸는지를 알아낼 수 있었을만큼 환경에 민감한 서화인 것이다.전시문화재도 사람처럼 오래동안 관람객의 눈앞에 노출되면 피로한 기색을 보인다고 말한 것은 문화재와 미술품 보존에 평생을 보낸 고 최순우미술관장이다. 그래서 그는 문화재 훼손방지책으로 보존 전시문화재의 휴식년을 역설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일본 고도 교또에 일본국보 제1호인 반가 미륵반가사유상을 보존 전시하고 있는 광융사가 있다. 20수년전 그 불전에 갔더니 수학여행온 고등학생들이 불전앞에 앉아 휴식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불전이 텅 비어있는데도 관람시키지 않고 있는 이유는 관람객의 땀이 증발하여 국보의 표피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때문에 단체 관람의 경우 땀을 식후어 드린 것이 관례가 돼 있음을 알았다.심정에도 민감하다하여 아꼈던 문화재들을 시멘트의 화학독이 칙정되고 있는 변질공간에 옮기려는 의도를 국민은 이해못한다. 문화재는 민족 공동체의 구심점으로 나라 것이 아니라 민족의 것이다. 함부로 다루지 말기를 바란다.- 1996. 7. 10. 이규태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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