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의 껌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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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느지막이 먹은 뒤 저녁쌀을 씻어 놓고, 간편한 옷차림으로 갈아입고는 오늘도 작은 물통 하나 손에 들고 뒷동산 약수터에 오른다.빽빽이 들어선 빌딩 숲, 오밀조밀 들어선 다가구 주택들 사이로 그나마 이렇게 가까이 약수터가 있는 작은 산이 있다는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물통에 물을 받아 한켠에 두고 맨손체조부터 시작한다. 끙끙거리며 윗몸 앞으로 굽히기를 하고 있는데, 문득 다리 사이로 할머니손을 잡고 내려오는 대여섯살 여자애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생글생글 종알종알 쉴새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걸어오던 아이가갑자기 할머니 손을 놓더니 발 밑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얼마 후 아이는 조그만 종이조각 하나를 주워들었다.[뭘 하려고 저럴까…]. 유심히 지켜보니 씹던 껌을 뱉어 그 종이에싸서 고사리 같은 손에 꼭 쥐고 할머니 뒤를 쪼르르 달려간다.{어이구 우리 송이 착하네. 그래, 집에 가서 휴지통에 버리자.}.할머니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송이 이름도 이쁜 애가하는짓도 참 이쁘구나]. 멀어져가는 할머니와 손녀의 뒷모습이 단풍잎사이로 붉게 물드는 저녁노을 만큼이나 고와 보였다. 언뜻,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어른들의 한심한 행동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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