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의 통증
본문
현대 독일문학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설은 아무래도 하인리히빌의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일 것이다.2차 대전후 폐허가 된 퀼른시에 캐테라는 이름의 한 여자가 독실한 신앙인으로 알려진 후랑케 부인의 부엌에 세들어 살고 있다. 60대의 후랑케 부인은 지폐를 셀 때와 지하실에 보관해 둔300개의 과일 잼 병을 셀때, 그러니까 이 두가지 경우에만 웃는다.이 작품을 읽고 나면 남는 것은 언제나 후랑케 부인의 집 지하실에 잠들어 있는 한 기독교인을 바라보는 고통스러운 일이다.그러나 더욱 두려운 것은 이 육순의 신앙인에게 우리의 얼굴을보게된다는 전율이다.난 매일 아침 계단을 내려가 어두운 지하실에서 자신의 소유인과일잼 병을 오래도록 세어 가고 있는 후랑케 부인의 음성에서바로 나의 음성을 듣는다.소유는 사랑을 차단시킨다. 소유형의 인간들인 우리는 오직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에만 의존한다. 진실한 기도는 결코 우리의소유를 위한 301개째의 과일잼 병을 허락해 주십사하는 기도가아닐 것이다.지금은 우리의 소유를 주님 앞에 내어놓기엔 이미 너무 늦은시간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우리의 소요를 셈한는 오류를 계속해선 안될 것이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