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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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도둑 고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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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 울음을 멈추게 하는 공갈동물로 호랑이와 어비(구렁이)와 그리고 소도둑놈이 있다. 소도둑놈은 이마에 불이 돋치고 코가 없으며 발을 절룩거린다고 알려져 있었다.무섭게 하기 위해 일부러 꾸며낸 용모가 아니다. 소도둑놈이 잡히면 그 피해를 본 마을에서 동리형(洞里刑)을 가할 수 있게끔 관습법이 돼있었다. 이 때 가하는 형이 자형(刺刑)과 의형과 월형이다. 이마에다 바늘로 쪼아 뿔을 그리고 먹을 먹여 소도둑이라는 전과를 평생 나타나게 하는 명예형이 자형(刺刑)이다. 그리고 코를 베어버리는 것이 의형이요, 발꿈치의 살을 베어 절룩거리게 하는 것이 월형이다. 이 모두 법외의 혹형(酷刑)인데도 소도둑을 제재하는 관습법으로 두어 두었던것은 소도둑질이 얼마나 큰 범죄였던가를 입증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농본 국가인지라 소의 비중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우리 전통설화에 단테의 `신곡'에서 처럼 한 소년이 지옥 유람하는 이야기가 있다.기다란 금 막대기끝에 머리를 매인 채 팔랑개비처럼 돌고 있는 죄인은 금비녀도둑이요, 소길마를 어깨에 메고 땅을 갈면 바로 지워지는 밭이랑을 영원히 오가며 갈고 있는 죄인은 소도둑이다. 서양 지옥에서 굴려 올리면 굴러 내리는 바위를 영원히 굴려 올리도록 숙명지어진 죄인이 시지프스라면, 한국 지옥에서의 시지프스는 소 도둑놈이다.이미 고구려와 백제 초의 형률에 소를 훔치거나 잡아먹은 자는 노비로 하천시킨다 했으며, 고려 때는 양민이건 천민이건 불구하고 얼굴에 다 전과를 자자(刺字)하여 변방으로 추방해 버렸다.조선조에서 작당을 한 소도둑의 수괴는 베어죽이고, 하수인은 섬으로 유배시키고 있다. 마을마다 소도둑에 대한 자위 수단도 제도화 돼 있었다.옛 농촌에는 농청이라는 조직이 있었는데 제일 우두머리를 행수라 하고 그 아래 별정직으로 목총각(牧總角)이라는 걸 두었었다. 발이 제일 빠른 장정이 선임되게 마련인 목총각은 그 마을 소들을 소도둑으로부터 막는 일이 주임무였다.지금 교통의 기동화-고속화로 외양간-축사나 들에 매어놓은 소를 훔쳐 트럭에 싣고 달아나는 조직 소도둑떼가 전국에서 횡행, 급증 추세에 있다 한다. 도로변 마을에서는 자경대를 조직, 야경을 해야할 지경이라니 목총각(牧總角)제도가 부활되고 있는 셈이다.도농(都農)간에 왜 이렇게 세상이 험해가는지 모르겠다.89/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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