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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부터 교육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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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교외 오버우어젤국민학교. 아이들이 2학년이 되어 가방을 메고다닐 때면 가방안에 책과 공책 도시락 필통을 아이들 편한대로넣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선생님은 책가방 싸는 법을 가르친다.노트를 가장 먼저 등받이 쪽에 넣고, 다음에는 책을 수업순서대로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넣는다. 이어 필통을 넣되 연필촉이 위로 향하게 꽂고,다음에 도시락을 가장 바깥에 넣는 식이다. 한 교실 아이들의 가방을 열어보면 똑같은 곳에 똑같은 물건이 놓여있다.선진국에서 버릇들이기는 3살 전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세살바기아이들 열둘이 모여앉은 도쿄 세타가야국민학교 부설유치원. [지하철에서]라는 수업시간이다.{엄마랑 전차안에 들어갔어요. 다행히 빈자리에 앉게 됐어요.}.선생님은 교실 긴 의자를 지하철 의자삼아 한명, 두명, 세명씩 앉도록유도한다. 신발을 벗어 의자아래 가지런히 벗어놓은후 의자에 올라가는 순서이다.이어 선생님이 의자가운데 앉고서는 바로 옆자리에 신발을 신은 친구를앉힌다. {이걸 보세요. 토미챵의 더러운 신발이 선생님 정강이에 닿게 됐지요.} 전철안에서 신발을 벗어야하는 이유를 보여준 셈이다.프랑스 공립 도서관은 3살부터 회원을 받는다. 인구 13만명의 소도시 투르 시립도서관의 장서는 46만권, 이중 어린이 도서만 무려 16만권. 도서관의 총회원은 3만여명이고 이중 3분의2는 14세미만의 어린이다.미국의 저명한 육아교육 전문가 스포크박사는 {부모가 아이의 명령에 따르면 따를수록 어린아이의 요구는 점점 비대화해진다}고 역설한다. 그래서세살부터 에티켓 교육은 지독하게 전개된다.독일 엄마들은 길거리에서든 집에서든 군것질을 보채며 칭얼대는 아이의뺨을 민망할 정도로 사정없이 패고, 프랑스엄마들은 식탁에서 포크로 접시를 두들기는 아이에게는 초콜릿 아이스크림같은 군침나는 디저트(후식)를주지 않곤 한다. 미국 엄마들은 아이를 침대에 누인후 [잘자라]고 말한 후면 아무리 울어도 내버려둔다.그러나 엄하게 키운다고 꼭 1류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와가정, 국가, 사회 전체가 어린이 교육을 개혁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독일 콜 총리는 아들을 만하임의 12년제 슈타이너학교에 보냈다. 슈타이너 스쿨에서는 5살바기 어린애에게 뜨개질을 시킨다. 교실에는 그 흔한 TV라디오도 없고, 카세트나 책도 없다. 피아노 대신 기타 반주로 노래하고,숙제도 없고 낙제도 없으며 성적표도 없는, 그런 학교이다.학교가 엄마 아빠에게 요구하는 룰도 까다롭다. TV 대신 동화책을 매일읽어줄 것, 인형극 극장에 자주 데리고 갈 것, 단체 여행과 아르바이트를시킬 것.이런 교육이 성공하자, 당초 정규학교로 인정하지 않던 독일정부는 경비의 80%를 지원하고 있다. 슈타이너 스쿨은 이제 전세계 31개국 5백개교로번창했다.프랑스에서는 작년9월 신학기, 38년만에 국민학교 숙제폐지령을 발동했다. 콩트나 시암송 같은 전통적인 숙제가 없어지진 않았으나, 적어도 노트에 써가는 숙제는 전면폐지하라고 프랑소와 바일 국민교육장관이 지시했다.일본서는 기업인마저 유아교육에 열성이다. 소니그룹 공동창업자 이부카마사루(정심대) 소니 상담역은 경영일선에서 은퇴한후 유아교육 캠페인에열중하고 있다.그가 노후사업으로 유아교육을 착안한 계기는 지난 60년대 동경대 강당이 불타는등 심각한 학원사태를 경험할때였다. 과격투쟁을 목격하면서 {어렸을때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뼈저리게 절감한 셈.그는 [유치원서는 늦는다] [0세부터 어머니작전] [0세 교육최적의 시기][나머지 반쪽의 교육]등 유아교육서를 발간, 0세교육을 주장하며 직접 강연회도 나섰다.한국에는 그동안 몬테소리교육법, 프뢰벨교육법, 피아제교육법, 서머힐교육법 등 보통사람들은 알수없는 선진 교육방법론이 소개됐고, 열린학교운동도 10년전부터 펼쳐졌다. 하지만 버릇없는 우리 아이들은 식당에서 식탁 사이를 뛰놀고, 밤 9시가 넘어서도 엄마와 함께 멜로드라마를 시청한다.조선일보는 95년 캠페인 테마를 [1류시민을 키우자--세살부터 교육혁명]으로 결정했다. 선진국 교육현장 르포를 통해 입시와 과외에만 매달려온한국교육의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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