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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다모클레스의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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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클레스의 칼'(the sword of Damocles)을 사전에서는 늘 따르는 신변의 위험이라고 풀이하고 있다.1961년 9월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는 핵무기 감축을 강조하면서 전세계가 다모클레스의 칼 아래 신음하고 있다는 요지의 연설을 했다.주변에 항시 존재하는 위험 정도가 아니라 일촉즉발의 위기라는 뜻까지 포함한 것이다.나치를 피해 미국에 망명했던 아인슈타인이 1955년 4월 동맥경화로 복부동맥이 비대해 프린스턴 병원에 입원했으나 언제 파열될지 모르는 긴박한 처 지에 놓였다.그의 비서 듀커스도 회고록에서 이때 상황을 “우리의 머리 위에는 다모클레스의 칼이 매달려 있었다”고 묘사했다.이는 죽음 직전에 놓인 주인의 생명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지만 원자폭탄 개발 이후 과학의 발달이 본래의 의도와 달리 전쟁에 악용돼 인류를 위협하게 됐다는 아인슈타인의 고뇌와 절망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이처럼 두렵고 살벌한 의미로 쓰이는 다모클레스의 칼은 인간의 욕망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비롯되었다.아르키메데스 출생지인 시칠리아 도시국가 시라쿠사의 기원전 4세기 참주는 디오니시우스였다.그는 재임기간 카르타고, 아테네 등 주변 강대국들 사이에서 시달리던 시라쿠사를 부강하게 만들고 세력도 넓혔다.그의 가신이며 유명한 아첨꾼인 다모클레스는 틈만 나면 디오니시우스의 이러한 치적을 찬양하며 무궁한 부귀 영화를 기원했다.이를 보다 못한 디오니시우스가 다모클레스를 왕좌에 앉히고 그 위 천장에 가느다란 말총 한 가닥을 늘어뜨렸다.그리고 그 끝에는 무겁고 날이 시퍼런 칼을 매달았다.지배자의 자리에는 항시 무서운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그에 따른 부귀영화라는 것도 언제 한 순간에 목숨을 노리는 흉기로 변할지 모른다는 경고를 그렇게 한 것이다.그러나 인간의 속성이 그런 탓인가.그 뒤로 2천년이 훨씬 지났어도 다모클레스 같은 사람이 줄어들기는커녕 불에 날아드는 나방처럼 늘어나기만 한다.새 정권이 출범한지 한달이 지났고 당선된 때를 기준으로 하면 석달이 넘었다.그에 따라 새로 등장한 인물이나 실세가 세인의 주목을 받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것 없다.또 한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 거론되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이다.그렇게 해서 건강하게 국정을 운영하라고 국민들은 투표한 것이다.그런데 요즘 보면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는 고사하고 살림 들어먹기 딱 알맞은 사람들까지도 여기저기서 날뛰고 있다.생선에 덤벼드는 쉬파리 같은 무리는 동서고금을 통해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지금만의 현상은 아니다. 과거 정권들이 이런 사람들을 공직을 비롯한 그럴듯한 자리에서 철저히 배 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그러나 지금까지 기용된 인물들 가운데 다모클레스가 전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또 아직 인사가 끝나지 않은 정부 산하단체나 국영기업체장들 자리에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이름들을 보면 이러다간 큰 일 나 겠구나 하는 염려마저 생긴다.칼이 머리 위에 매달렸건 말건 우선 자리에 앉고 보자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그런 이들일수록 지연, 학연, 혈연을 앞 세우며 염치도 체면도 없다.이들이 만약 그런 자리를 차지하고 나면 생명 의 위협은 그들에게서 끝나지 않고 무고한 국민들까지 피해를 본다.이를 입증한 과거의 사례들이 차고 넘친다.고대중국 한나라의 사상가 왕충은 그의 저서  `논형'(論衡)에서 이처럼 자리다툼하는 사람들은 으레 상대방을 헐뜯고 사실을 날조하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그대로 놓아주지 않는다고 했다.그래서 아무리 훌륭한 인재라도 배겨내지 못해 결국은 파탄에 이른다며 현명한 인사권자만이 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디오니시우스가 지금 곁에 있다면 여기에 추가로 해야 할 일을 제시할지도 모른다.당시는 칼밖에 없어 그랬지 오늘날은 마당 곳곳에 지뢰를 묻고 당당히 정문을 드나들지 못하는 소인배들을 막기 위해 울타리에 감전장치도 하라고.그런 위험 속을 무사히 살아갈 자신이 있는 이들만 새 자리에 앉혀 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종전의 인사방식을 비난했던 새 정부가 도리어 그 것을 추인하고 타당성을 부여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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