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믿을 놈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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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어린 손자를 데리고 공중 목욕탕에 갔다. 할아버지는 뜨거운 물 속에 몸을 푹 담그고 "아이고 시원하다"하면서 "얘야, 너도 이리 들어오너라" 했는데, 손자는 그 말을 듣고 해수욕에 가서 다이빙하던 솜씨로 뜨거운 물 속에 텀벙 뛰어들었다. 얼마나 뜨거웠겠는가 후닥닥 뛰어나오면서 손자는 투덜거렸다. "세상에 믿을 놈 없네!" 우리말에 참 묘한 것이 있다.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서도 "시원하다"한다. 뜨거운 물에 들어가서 "시원하다"한다. 확실히 뜨거운 것이다. 마음이 시원한 것이다. 감성적으로 소화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물리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그래서 외국인 상대로는 세상에 통역 못하는게 이 표현이다. 서양사람들이 이 표현의 묘미를 알리가 없다. 아무리 설명해도 얘기가 안되는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뜨거워도 마음이 시원하면 시원한 것이다. 여름이 되면 그저 더워 죽겠다고 하면서 '빨리 겨울이 되었으면…'하는 사람은 늘 그렇게 살가다 죽을 사람이다. 그럼 누가 행복한 사람이겠는가 여름이 되면 '아, 더워서 좋다. 시원한 바람도 좋고 구름도 좋고 넓은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좋다'하고, 겨울이 되면 또 '아, 겨울도 좋다. 흰눈이 내려서 좋고 쌀쌀한 바람이 좋다'하면서 겨울은 겨울대로 좋고 여름은 여름대로 좋게 생각하는 이 사람만이 행복한 것이다.우리 덥다는 소리 너무 하지 말자. 우리 입방아 좀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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