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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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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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우리도 한 번 부부 싸움 좀 해봅시다."스물 한 살에, 지금의 남편과 결혼해서 함께 살아온 지 60년! 이제는 남편의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지만, 그래도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제껏 한 번도 부부 싸움을 해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조용하고 생각이 깊은 남편에 비해, 나는 본시 활달하고목소리도 큰 편입니다. 또한 남편은 머리가 좋아서 잘 잊어버리지도 않고 자기가 한 말은 꼭 지키는데 비해, 나는 잊어버리기도 잘하고 실수도 잘 합니다. 그래서 가끔 나는 남편에게나를 변명합니다. "사람이 기계요 지금 못해도 언젠가는 할건데, 잊지 않고 어떻게 꼭꼭 합니까" 이것이, 우리 부부가할 수 있는 부부 싸움의 전부입니다.올해는, 남편과 제가 결혼을 하고 함께 살아온 지 60년이되는 해입니다. 마음은 아직도, 남편을 찾아 생전 처음 만주땅을 밟던 스물 한 살의 어린 신부인데, 돌아보면 언제 이만큼 살았나 깜짝 놀랄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결혼 60년 세월, 여든이 넘은 지금까지, 아직도 나는 남편에게 어린 사람입니다. 아침마다 조찬 기도회에 참석하러 나가는 남편은, 자명종 소리에 내가 잠이 깰까 봐, 시계를 침대밑에 내려놓고 잡니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서는, 와이셔츠와 양말, 넥타이를 조용조용 꺼내 입고서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나갑니다. 잠자고 있는 내 이불을 잘 덮어 준 채 말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 양반이 어디 갔나 하고 찾으면, '회장님은 새벽에 일찍 나가셨다'고, 아줌마가 알려 줍니다.여든 살이나 된 부부가 참 우습다고 해도 할 수 없지만,우리 부부는 그렇게 60년을 같이 살아왔습니다.61년경이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그 당시 박정희 씨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그 전 정부에 돈을 갖다 주었던 기업가들을잡아갔습니다. 한밤중에 들이닥친 수사관들에게 남편이 붙들려 가고, 며칠 후 가택 수사를 한다며 또 한차례 수사관들이닥쳤습니다.온 집안을 다 뒤지고 다니며, 한 차례 폭풍이 몰아친 것같이 해 놓고서는, 정신이 하나도 없는 내게 미안해하면서, 재벌 집이라기에 호화스럽게 해 놓고 살 줄 알았는데, 다른 집과는 많이 다르다고 하며 돌아갔습니다.나중에 알았는데, 우리 집이 너무 검소해서, 잡혀갔던 남편도 경찰서에서 대접을 받았다고 합니다.나에게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하나님께 받은 이처럼 큰은혜를 감사하면서, 세계 선교를 위해 힘쓰다가, 남편과 함께이 땅에서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입니다."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야, 나와라!"이 세상 마지막 날, 주님께서 오셔서 온 세상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신다면, 나는 손을 들고 "저요!"하면서, 버선발로 뛰어나갈 것입니다.<김성윤 씨(한국구화학교 이사장)>< 한국유리공업주식회사 회장 최태섭 씨 부인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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