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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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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도둑… 하면  `레 미제라블'의 장 발장을 연상하게 된다.19년 형을 마치고 나온 장 발장은 오갈 데 없이 디뉴의 거리에서 노숙할 뻔하다가 미리엘 사교관에 유숙하게 된다. 장 발장은 그 성당에서 은그릇을 훔쳐 갖고 나오다가 헌병에게 들켜 사교관에 연행된다. 이때 신부는 은그릇 말고 은촛대도 주었는데 왜 촛대는 갖고 가지 않았느냐면서 촛대 두 개를 마저 줌으로써 이 성당의 도둑을 구제해 준다. 여기서부터 장발장은 속죄를 하고 새 생활을 시작한다.소설 속이니까 이렇게 구제 받고는 있지만 성당 도둑은 신전 파괴 또는 신성 모독이라 하여 고대부터 가혹한 응징이나 저주나 겁벌을 받게 마련이었다.희랍 신화에서 눈앞에 과실이나 물을 두고도 영원히 그것을 먹지 못하고 굶주림과 갈증에 시달려야 하는 탄타로스나 무한지옥에서 가파른 비탈에 무거운 바위를 영원히 굴려 올리게 끔 숙명 지어진 시지포스도 모두가 신성모독을 한 데 대한 겁벌인 것이다.우리 나라의 신화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제주도 설화에 지옥을 순례하는 소년 이야기가 있는데, 집채만한 황금 덩이에 깔려 영원히 비명을 지르도록 숙명 지어진 여인을 만난다. 신당에서 재물을 훔친 죄값을 그렇게 받고 있다고 했다.옛 우리 도둑 사회에는 그 나름의 버젓한 삼강오륜이 있었다. 과부 고아의 집에 들지 않는다, 효자 열녀의 집에 들지 않는다, 신당 절간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옛 도도삼강이었던 것이다. 전국에 흩어졌던 개성상인들이 섣달 그뭄께 집을 찾아 몰려들면 돈주머니를 노리고 개성 인근 역사에 팔도 도둑들이 다 모여들었던 것이다. 개성 상인들은 이 도도삼강을 알고 인근 덕물산에 산재 돼 있는 신당의 처마나, 마루 밑이나 신단아래 돈주머니를 숨겨놓고 유유히 위험선을 돌파하곤 했다 한다.현감 군수 등 수령들의 집무처인 동헌의 복판 기둥을 천주라 하여 천심이 오르내리는 통로로 여기고 신성시 하고 두려워하였다. 관랑을 도둑 맞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이 천주에 전대를 매달아 놓으면 가장 안전하다고 여겼던 것도 천심을 무서워 하는 양심이 어느 만큼 깊숙이 보편화 돼 있었던가의 증명이랄 수가 있겠다.이렇게 신과 직결된 인간의 양심을 프로이트는 슈퍼 에고라 개념 지우고 슈퍼 에고의 타락으로 문명 타락 인간 타락의 척도로 삼고 있다. 성당만 여든 아홉 군데를 턴 도둑 일당이 잡혔다 던데 범죄 차원을 넘어서 우리를 슬프게 한 이유가 바로 오늘날 우리를 슈퍼 에고의 타락 척도를 명시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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