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으로 낸 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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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종업원으로 일하던 박을선씨는지난해 12월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92년 가출한 남편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가까스로 중학교를 졸업한 아들(20)은 종로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원 노릇을 하고 있고….치료비가 막막했지만 하루에도 몇번씩이고 찾아오는 고통을 참다못해 지난 8월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했다.{그래도 내가 살아야 하나밖에 없는 아들 장가라도 보내지….} 그러나 보증금 2백만원에 월세 20만원짜리 사글세 단칸방에 살고 있는 박씨에게 치료비 6백만원은 엄청난 돈이었다.다니던 교회에서 20만원을 보태주고, 어디서 구했는지 아들이 2백만원을 마련해왔지만 그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박씨의 치료가시작될 무렵, 세브란스병원 사회사업과에 한 학생이 찾아왔다.연세대 의대 본과 1학년이라고만 밝힌 그 학생은 {얼마전 장학금을받았는데 이 돈이 저보다 더 필요한 사람에게 쓰였으면 좋겠다}며 2백만원을 내놓았다.순간 사회사업과 임승규(34)주임에게 박씨의 얼굴이 떠올랐다.임 주임은 사회사업과 내부에서 모금한 돈까지 합해 박씨의 치료비로 내주었다. 치료 경과는 좋았다. 박씨는 지난 10월4일 퇴원했다.{너무 너무 고맙다}는 말을 연발하며 병원을 떠나는 박씨에게 임주임은 {길에서 스물 조금 넘은 대학생을 보면 손이라도 한번 잡아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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