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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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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탈선

성년을 맞이한 거미가 있었다.괜시리 마음이 두근거리고 저녁이면 잠자리가 끈적해지는 기분하며간혹 한부분에 가래톳이 서는 듯 뻣뻣해지는 증세가 자주 나타나곤 했다.그물에 걸리는 먹이보다 더 기다려지는 그 무엇, 갈증. 달빛 한줄기에도허전해지는 조바심. '그는 어디에 있을까 만나고 싶어라.이 마음 전하고 싶어라.'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가 나타났다.아침 잠자리에서 나갔더니 그가 거기에 있었다.처마밑의 그물에 달려있는 아름다운 방울.방울이 내쏘는 무지개 가닥은 거미의 가슴을 더 조리게 만들었다.거미는 조심조심 몸을 떨며 다가갔다."너를 사랑해. 정말이다. 손을 이리줘 ." 방울은 몸을 움츠리며 대꾸했다."서둘지마. 급행보다는 완행열차가 더 많은 것을 보고 누릴 수 있는 법이다."거미는 은근히, 그리고 간절히 말했다. "내가 지금 터뜨리지 않아도 누군가가 널 터뜨릴텐데 뭘." 아니야. 네가 보호해주면 누군가도 보호해주게 돼."거미는 열이 받혔다. "그러나 참을 수 없는 걸 어떡해""사랑은 참을 수 있는 거야.능금나무의 꽃을 따버리면 능금은 영영 맛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한번만 ." "안돼." 거미는 방울을 윽박질렀다."나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너를 허락할 수도 있어야 해.""사랑은 아낌없이 줄때 아름다운거야."거미는 솟구치는 불길을 참지 못했다.기어코 방울을 향하여 덤벼들고 말았다.순간 그리움은 아무것도 없었다.찬란하던 방울이 사라져버린 빈 자리에 바람만이 허허하게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이 저녁에도 성년식을 마친 우리의 사내애들이 길거리를 방황하고 있다.조명이 화려하게 손짓하는 야심한 밤거리를 헐떡이며 돌아다니고 있다.그러다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들을 덧없이 던져 버린다."아들들아 나를 듣고 내 입의 말에 주의하라 내 마음이 음녀의 길로 치우치지 말며그 길에 미혹지 말지어다 대저 그가 많은 사람을 상하여 엎드려지게 하였나니그에게 죽은 자가 허다하니라"(잠 7: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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