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후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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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서지진 최초의 해외원조대는 12마리의 스위스 수색견이었다. 이 개들은 훈련된 후각으로 하루에 5명꼴로 생매장된 인명을 구제하고 있다 한다.그 중에는 84시간이나 묻혀있던 올림픽 여자선수도 있었다.만금의 원조보다 값진 개의 공덕이 아닐 수 없다. 눈사태에 묻힌사람을 후각으로 찾아내게끔 훈련받은 이 개들은 18년전 1천5백명이죽은 루마니아 수도 부카레스트의 지진때도 파견되어 공적을 올렸으며 10년전의 멕시코지진때도 활약한바 있다 한다.그렇게 과학을 발달시킨 인류이면서 바로 자기의 생명을 구제하는 가장 소중한 일을 개에 의존하고 있는 문명의 허점을 보는 것만 같다.때마침 미국의 플로리다에서 가공할 개의 후각을 입증하는 사건이발생하고 있다.엊그제 AP통신이 보도한 바로는 갓낳은 강아지 9마리를 사육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종이 봉투에 넣어 60㎝ 땅속에 생매장을 했다는 것이다.한데 시바라는 그 어미개가 주인이 집안으로 들어간 틈에 그 현장을 후각으로 알아내더니 깊은 웅덩이를 파헤쳐 새끼 9마리를 질식 직전에 모두 살려낸 것이다. 이제 개같은 인간이 욕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같은 개가 욕말이 될 판이다.그러고 보면 강원도 정선의 효구총이야기도 전설만이 아닌 사실일 확률을 높여주고 있다.정선골에 가난하게 사는 박서방이 집에서 기르던 어미개를 잡아 끼니를 이었다. 먹고나서 그 뼈를 인근 개천가에 버렸다. 버리고 있는 것을 그 죽은 어미개의 새끼가 멀리서 보고 있었다. 저녁밥을 먹은뒤 밥을 주고자 강아지를 불렀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한 예감이 들어 뼈를 버린 개울가로 가보았더니 수북하던 뼈다귀는 하나도 없고 오고간 개 발자국만이 무수히 나있었다.그 발자국을 따라 가본즉 동산 양지바른 쪽에 강아지가 누워있는 것을 보았다. 강아지는 싸늘하게 죽어 있었으며 감싸고 누워있는 자리를 파보니 어미개의 뼈들이 고스란히 묻혀 있었던 것이다.개의 후각은 어머니의 골육 냄새도 맡아낸다는 것이 된다. 그 효심을 기려 그 자리에 효구총이라는 비석을 세워준 것이다.정선의 개가 부모를 학대 구타 살해하는 한국의 패륜 풍토를 고발한 것이라면 플로리다의 개는 자식을 학대 유기하는 서양의 패륜 풍토를 고발하고 고베의 스위스개는 문명의 진행에 반비례해서 식어가는인류애의 증발을 고발하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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