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에 후하고 약자에 박한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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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위력은 삶의 고통 해결에활용해야얼마전 일본에서 70세 노인과 40 먹은 장애인 아들이 '먹을 것이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함께 굶어죽은 지 한 달만에 발견된 일이있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일본 열도가 한동안 떠들썩하다가 이내 조용해졌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일이 있었으면반응이 어떠했을까. 모르기는 해도 큰 차이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이유는 연말에 불우 이웃 돕기 하듯 주변의 소외된 이웃에 관심을 갖자고 주장하는데 있지 않다. 개인들이나서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위력이 '핵폭탄'에 비유되기도 하는 텔레비전 방송이 발벗고 나서서 우리 주변의 소외된이웃 이야기를 매일매일 한 시간, 아니 단 5분씩만이라도 전해준다면 어떨까. 적어도 이웃에서 누군가가 잊힌 채 굶어 죽거나 돌보는 이 없이 병들어 신음하는 일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우리 방송은 힘 없고 돈 없는 사회적 약자의 세계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기만 하다.예컨대 요즘 방송 내용을 들여다보면 입지전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나 미인대회에서 입상한 사람, 명문 대학 수석 합격자, 운동을제일 잘하는 사람, 선거에서 1등한 사람 등 '잘난' 사람들로 철철넘친다. 방송은 그들에게 팡파르를 울려 주거나 그들의 시시콜콜한 무용담까지 친절하게 들려준다. 반면 가난한 사람, 힘 없는 사람, 실직한 사람, 장애인, 노인, 억압과 차별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최소한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 듯하다. 어쩌다 다룬다해도 내용은 '붕어빵'이다. 극히 피상적인 박애주의에 치우치거나 문제의 근원을 개인의 잘잘못에 한정하려 든다. 정책적, 제도적대안을 제시하는 뉴스나 프로그램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왜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굳이 이유를 들자면, 방송이 힘깨나쓰는 사람과 밀착되어 있는 데다가 연예, 오락, 스포츠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잘못이 방송에만 있다고 매도할 생각은없다. 다만 방송에 따스함이 없다는 점만은 지적하고 싶다. 호흡을 길게 하고 방송의 방향을 한번 바꾸어 보자. 지금부터라도 방송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불균형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던지고, 제도 차원의 해결책을 시청자들과 함께 찾도록 하자. 사람이 사는 사회, 복지가 충만한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바꾸자. 하루쯤 대통령 야당 지도자 모습이 화면에서 사라지면 또어떤가. 하루쯤 탤런트나 가수 없는 텔리비전이면 어떤가. 함께살아가는 데 우리 사회가 관심을 두어야 할 문제, 사회적 지원에의지하는 사람들 이야기나 나와야 한다. 고통받는 이들의 모습도나와야 한다. 어느 광고 문구처럼 이제는 정말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만드는 텔레비전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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