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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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딸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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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두가 잠든 깊은 밤이다. 네가 돌아온 뒤에도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구나. 자다 깨면 나도 모르게 네 방을 들여다 보곤 한다. 네 모습에서 가출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지만 왠지 전처럼 대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친구들 말을 통해 너의 가출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는 있었다. 틀에 박힌 생활이 답답했고 겨울바다, 대학로, 이대입구, 이태원, 신림동, 롯데월드에 가보고 싶었다는 등등 가보고 싶은 곳이 의외로 많았더구나.네가 집을 나간 날 웃음 띤 네 사진을 보면서 두번 다시 너를 보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에 떨었다. 무섭게 보였을지 모르는 아빠지만 그런 불행은 견딜 수가 없었단다. 눈을 감으면 애타게 아빠의 도움을 기다리는 너의 모 습이, 우리 곁으로 오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단다.발길 닿는 대로 비디오방이든 노래방이든 갈 만한 곳은 다 뒤졌고 뜬 눈으로 밤을 샌 뒤 경포대를 비롯해 네가 갔을 만한 곳에 사람을 보내고 엄마와 나는 롯데월드로 갔단다. 바닥에 질질 끌리는 바지를 입은 아이들,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긴 부츠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아이들... TV 연예프 로에서나 보던 아이들이 거기엔 널렸더구나.너를 찾아 길거리를 헤매다 지칠대로 지쳤을 때 네 전화가 왔다는 연락을 받고 정신없이 집으로 달려 왔다. 그러나 아빠는 너를 만나기가 두려웠다. 혼찌검을 내든가 눈물을 쏟아 버릴 것 같아서였다. 엄마는 너를 붙들고 울다 지쳐 잠들었지만 아빠는 뜬눈으로 밤을 새며 지난 일을 되새겨 보았다. 결혼 7년만에 너를 낳았을 때 아빠는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은 듯 했었고 건강하게 자라는너는 우리의 행복이자 희망이었다. 온갖 정성을 다 했단다.아빠는 무엇이든 불편없이 해주는 것이 너에 대한 사랑인 줄 았았다. 그게 오히려 네게 부담이었던 모양이다. 한번도 네 처지에서 생각하지 못했 고 진솔한 대화를 나눠 보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들었다.아직 아빠는 걱정이 많다. 사노라면 더욱 어렵고 괴로운 일이 많을 텐데 그때마다 네 생각대로 행동해버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롯데월드에서 본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어떻게 하면 너와 속마음을 터놓고 애기 를 할 수 있을지... 소연아! 서로 진실한 대화를 나누도록 같이 노력하자 꾸나. 또 아무일 없이 집으로 돌아와 줘 너무너무 고맙다는 말도 꼭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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