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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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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오월이 왔다.오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싱그럽고 푸르기만한 새달을 맞이한 우리네 마음이 무겁고 침울하기만 한 것은 왜일까.대구 지하철공사장 폭발사건으로 졸지에 가족을 잃고 몸부림치는 남은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선뜻 가정의 달이 왔다는 말을 차마할 수가 없다.그대신 우리가 정말 이것밖에는 안되는 국민일까 하는 극심한 자괴감에 몸을 떨게된다. 도대체 우리에게도 안전관리란 말이 존재하는 것일까 온국민이 그토록 애태우며 갈망해온 선진국과 일등국민의 꿈은 우리로서는 끝내 오를 수 없는 고지일 뿐인가.지난 2년여에 걸쳐 우리를 경악시켰던, 육-해-공-지하를 망라한 후진국형사고의 대부분이 과연 우리의 기술력이 부족하여 발생된 참사였다고할 수 있을까아니다. 이것은 얼마든지 사전예방이 가능했던 인재였다. 그리고 이것들이야말로 우리 한국사회가 안고있는 가치관의 왜곡과 질서의식의 상실로부터 기인된 것이었다. 그러므로 그 원인의 규명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가정으로부터하나씩 짚어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지난해는 UN이 정한 [세계 가정의 해]였다. 그리고 그 실천적 캐치프레이즈는 [사회의 뿌리를 이루는 가장 작은 민주주의의 실현]이었다. 예부터 우리는 가화만사성이라 하여 가정이 먼저 화목해야만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고 했다.그런데 지난해 우리의 자화상은 어떠했는가.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우리사회 저변에서부터 가족공동체에 균열이 가고있는 징후들이 꼬리를 물고 발생되고 있는 현실이다. 믿고싶지 않은 통계지만 93년에 36명, 지난해는 41명의 부모들이 자식들에 의해 시해당했다고 한다. 급기야는 올해들어 대학교수까지 여기에 가세했던 충격은 아직도 우리의 기억에 생생하다.우리는 60년대 이후 30여년에 걸쳐 추진되어온 산업화, 공업화라는 사회 경제적 대변혁을 거쳐오면서 동-서양의 윤리가 서로 만나 만든 윤리의 혼재와 공생이라는 불편한 관계속에 살고있다. 유교적 사상인 충-효-례-경 등의 종적 바탕위에 기독교적 배경인 평등-합리-민주 등의 횡적사상이 오버랩되면서 필연적인 갈등이 생겨났다. 이것은 [풍요속의 빈곤]과 [성장속의 소외]란 증상으로 나타나 결과적으로 가정교육을 약화시키고 학교교육을 위기로 몰아 넣었던 것이다.교육은 가정으로부터 시작된다. 미국의 거장 사회학자 콜먼(James Coleman)은 {가장 강력한 교육기관은 정부의 손에 있지 않으며, 교육의 성패는 학교보다 가정에 의해 좌우된다}고 역설했다.건강한 가정이야말로 사랑이라는 안정된 반석위에서 인간화와 전인교육을무리없이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적절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때 일차적인 교육자인 부모가 자식들에게 존경과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 때 좋은 교육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주위에서 {세상에 뜻대로 안되는 것이 자식농사}라고 한탄을 늘어놓는 부모들을 많이 보게된다.도무지 요즘 아이들은 X세대니 뭐니 하면서 부모와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의 말을 전적으로 무시한다는 것이다. 우스운 얘기로 어쩌다 가족들과 함께 TV연속극이라도 보게되면 그야말로 이거 큰일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나게된다. 극중 남편들은 하나같이 얼빠진 모습으로 가족들 앞에서 실수나 연발하고있고, 아내들은 자녀들 앞에서 남편 면전에 대고 목소리의 톤을 높이고 있다. 게다가 가족간의 대화는 거의 경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모녀간의 주고받는 말은 친구지간에나 쓸법한 반말 일색이다. 더구나 신세대부부라고 해서 젊은 아내는 남편을 마치 소꿉친구 대하듯 하고 있다. 도대체 이러한 모습들이 정말 우리네 보통 가정의 모습이라면 어떻게 부모의 권위가 바로 서며, 가정교육인들 제대로 되겠는가.그런데, 자식들도 본래부터 부모를 무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수학공식이나 영어단어 몇개를 제대로 모른다고 무시하는건 더더욱 아닐 것이다. 부모에게서 인생의 사표로서 우러러 볼만한 면이 없거나, 삶을 바라보는 지혜와 모범을 발견할 수 없을 때 그 실망감 때문에 무시하는 것이다.최근 많은 사람들이 자녀들의 인성교육에 대한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자식들 인성교육만으로 이 나라의 도덕성이 회복되고 사회기강이 바로 서며, 고질적인 빨리빨리와 대충대충의 잘못된 의식이 고쳐지리라 생각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에 앞서 우리 부모들이 먼저 앞장서서 국민된 도리를 다하는 성실한 삶의 자세와 그에 대한 실천, 그리고 진정한 가족과 이웃간의 사랑과 헌신의 모습을 자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선결과제일 것이다.칼릴지브란은 [예언자]에서 [부모는 자식을 쏘아올리기 위한 활과 같다]고 말했다. 가정의 달 오월에 우리 부모들이 곰곰이 되새겨 볼만한 말이 아니겠는가. <경기대총장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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