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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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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이별중년엔 헤어짐과 만남이 교차한다. 이승과 저승으로 나뉘는 친지들과의 이별로 비탄에 젖는가 하면 자녀 혼사를 치르며 자식을 떼어보내는 아픔과 새로운 자식을 얻은 만족감이 뒤엉키기도 한다.지난 해 의사인 아들을 결혼시킨 성모(57)씨는 뾰족한 병이 없는데도 소화도 잘 안되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아플 때가 많아졌다. '부족할 것 없는 아들을 며느리에게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유치하게 내가 왜 이러나'하고 자책하지만 며느리에게 얄미운 마음이 드는 것을 막을 수 없다.“하루 종일 나가서 쇼핑하거나 일부러 친구들에게 아들.며느리 자랑을 늘어놓아도 보지만 허전한 마음은 그대로예요.” 인간의 가슴에는 늘 기쁨보다 슬픔이 차지하는 자리가 넓은 탓인지도 모른다.하지만 어떤 슬픔보다 충격이 큰 것은 부모.배우자 등 가족과의 사별.“남들은 팔순을 넘기셨다고 호상이라고 말했지만 제 마음은 달라요. 이제 겨우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돼 편안히 모실 수 있겠구나 했는데….”최근 부친상을 치렀다는 대기업의 김모(47)이사는“자식을 위해 고생만 하신 아버지가 효도할 시간도 주지 않으신 것 같아 야속한 느낌마저 든다”며 고개를 떨궜다.누구나 중년기에 겪어야 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부모의 사망이나 자식의 독립에 비해 남보다 일찍 맞는 배우자와의 이별은 훨씬 큰 상처가 된다. 더욱이 40대 남성의 사망률이 세계 1위로 여성에 비해 2.9배(95년)나 되는 현실은 배우자 사별이 더 이상 특수한 경우가 아님을 일러준다.1년 전 남편을 간암으로 잃은 김모(43)씨는 사별 후 동창회나 계모임에 발길을 끊었다. 남들이“얼마나 팔자가 사나우면 중년에 남편을 잃었을까”라고 손가락질할 것 같은데다 손도 까딱하기 싫을 만큼 생활의 의욕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아이들이 모두 등교한 후 혼자 남게 되는 오전 8시부터 아이들이 돌아오는 오후시간까지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얼굴이 붓도록 울면서 하루를 보내지요.”김씨는 '하필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닥쳤나'를 생각하면 억울하고 분하기만 하다고 했다.이혼으로 인한 배우자 이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한 중년기 이후 부부의 이혼이 전체 이혼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86년 4.5%에서 95년에는 9.1%로 2배이상 증가했다.사별이든 이혼이든 배우자를 잃게 된 중년들은 혼자된 것을 주변에 숨기고 싶어지게 마련. 결국 이것은 사람들을 피하는 결과를 초래해 '고독의 그물'에 스스로를 가둬버리는 중년도 적지 않다.이혼 후 5년 동안 혼자 두 아들을 키우면서 겪었던 아버지의 고충을 쓴 '마지못해 한 이혼 뜻밖의 행복'의 저자 조재구씨는“이혼이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이 돼서는 안되며, 내가 행복을 위해 선택한 것이라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하지만 '오늘의 중년'은 더 이상 '어제의 중년'이 아니다. 최근에는 이별의 고통을 딛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적극적인 중년들도 적지 않아 변화하는 중년의 삶을 실감케 한다. 재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줄어들고 노후를 자식에게 의존하기보다 부부가 함께 즐기려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TV 공개프로그램이나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새 배우자를 찾는 중년들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띈다. 최근 SBS '이경실의 세상을 만나자'의 공개구혼 코너에 출연한 유재선(46.교사)씨는 방송이 나간 후 교사.간호사.은행원 등 1백여명의 중년여성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누구를 선택해야 하나' 하는 즐거운 고민에 빠질 정도. 결혼정보회사 에코러스만 해도 지난 한햇동안 가입한 40~50대 중년회원이 4백38명을 기록, 93년에 비해 5배 이상 증가를 보이기도 했다.94년부터 이혼.사별자의 재혼을 위한' 둥지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선우이벤트 이웅진 실장은 “독신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사회에서 혼자 살아가는 것은 경제적.문화적으로 너무 힘들다”며 “최근에는 중년부모의 재혼에 자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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