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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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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의 生“이제 아이들도 다 컸는데 대학까지 마친 네가 집에 있다는게 아깝지 않니” 주부 정영숙(43.서울은평구불광동)씨는 친척아주머니로부터 들은 한 마디가 내내 가슴에 걸린다. 사실막내가 중학생이 된 이후 일자리를 찾아보았지만 '마흔 넘은 아줌마'를 받아주는 직장은 없었다. 그래서 한 동안 했던 일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맞벌이 부부의 아기 봐주기.'40에 불혹(不惑)'이라지만 중년처럼 흔들림이 많은 나이도 없다. 마흔을 넘기면서 어느 순간 출세한 동년배들을 보며 10년 넘게 해온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 불확실한 승진에 가슴졸이기도 한다. 더욱이 요즘처럼 불경기로 명예퇴직이나 조기퇴직이 '발등의 불'인 신세가 될라치면 전업준비를 위해 자격증이라도 따야겠다는 이들이 많다.회사원 K(40)씨. 그는 최근 아무도 모르게 요리학원에 등록했다. 언젠가 전업해야 할 순간이 오면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다.“처음엔 좀 쑥스럽더군요. 하지만 회사생활에도 뱃심이 생겼죠”라며 웃는다.그러나 취업이나 전업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40세 이상의 중년여성은 고학력자라도 사무직은 취업이 어렵다. '이왕이면 젊은 여성'이라는 고용주들의 편견 때문이다. 심지어 '보험아주머니'로 불리던 생활설계사직도 20대에게 뺏긴지 오래. 그나마 여성자원금고에서 개발한 직종으로 전화판매직인 텔레마케팅은 나이나 외모.학력 제한이 거의 없어 30대 후반~40대 후반 취업률이 괜찮은 편이다. 중년 남성들도 재취업이 힘들긴 마찬가지. 그래도 요즘엔 노동부.경총.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의 고급인력정보센터 등 중년의 재취업을 돕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취업이 힘든 만큼 중년들의 창업 열풍은 뜨겁다. 그래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 각종 창업관련 강좌나 서적.상담회사 등. 한국산업인력개발원에서도 하반기 중으로 창업지원강좌를 실시할 예정이며 유니텔 등 PC통신망에도 상담코너가 마련돼 있다. 일부 여행사에선 창업컨설팅 해외여행프로그램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중년 창업의 특징은 부부가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여성창업대학원의 양혜숙(梁惠淑)원장은“지난해부터 부부상담자가 전체의 60~70%정도로 늘었다”고 말한다.중년 창업으로 가장 쉽게 도전해 보는 업종이 음식점.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실시하는 한식조리사 자격검정고시 응시자가 92년 4만4천8백70명에서 96년에는 9만9천1백84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난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하지만 지난 해 16만여명이 개업했다가 그 절반인 8만여명이 1년도 못가 문닫을 정도(한국음식업중앙회 통계)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삼성의료원 신경정신과 김승태(金昇泰)교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중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으로 자신감과 신중함, 그리고 가족들의 믿음과 사랑을 꼽는다. 이런 점에서 이은미(48.여.서울관악구노량진동)씨는 이상적인지도 모른다. 3년전 중소기업을 하던 남편의 부도로 전업주부에서 생활현장으로 뛰어든 그는 1년여간 사업성을 검토한 결과 부부가 함께 건물내부공사를 맡는 회사를 해보기로 하고 지금은 필요한 자격증을 따기 위해 도배일을 배우고 있다. 대학생 아들.딸도 부모의 절대적인 응원단.“절대로 늦었다는 생각은 안해요. 앞으로 남은 생이 얼마인데요. 오히려 하루하루가 도전으로 느껴진다”는 李씨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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