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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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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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현실의 반복이 피곤하여 가야산으로 등산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새벽 5시 30분에 기상을 해서 동대구역으로 갔고, 묻고 물어서 겨우 해인사에 도착을 했다. 항상 관광지에서 처음으로 반갑게 맞이해 주는 사람은 민박집 아주머니들인 것 같다. 해인사 입구에서 시원한 물과 함께 김밥을 먹었다. 해인사를 오르는 길목에서는 아주머니들의 손때묻은 찐쌀, 곶감, 군밤을 팔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이번 등산을 계획하면서 기도 드린 것이 있다."자연속에서 주님의 섭리를 느끼고 싶습니다."완만한 길, 급경사 길, 바윗 길... 다른 사람은 잘도 오르는 길을 나는 항상 뒤져서 오르고 있었다. 종종 걸음 으로 몇명을 제치고 올라보지만 곧 지쳐서 쉬는 사이에 또 추월을 당한다.어느정도 오른후부터는 나보다 빨리 잘 오르는 주위 사람들이 문제가 아니라, 정상을 향해 끊임없이 길을 가야하는 나 자신의 정신력이 문제가 되었다. 나는 끝없는 등산로를 걸으면서 문득 이스라엘 백성들의 출애굽과 광야 생활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들의 광야에서 불평하는 소리가 들렸다."하나님, 우리를 애굽땅에서 종살이를 하게 그냥 놔 두시지 왜 이 험한 광야로 데리고 나오셨 습니까" 그와 동시에 내 마음속에서도 똑같은 소리가 들렸다."하나님,저를 집에 그냥 쉬게 놔두시지 왜 이 험한 산길로 데리고 나오셨습니까"해인사까지 가는 길은 갈수록 험난했고 급기야는 목까지 말랐다."하나님, 목이 마릅니다. 애굽에 있을 때는 고기도 먹고, 맛있는 밥도 있었고, 물도 언제나실컷 마실 수 있었지 않습니까" 광야에서의 백성들의 불평소리가 내 귀에 쟁쟁했다.가도가도 끝이 없는 정상. 계룡산이나 지리산에는 중간중간에 목적물이 있어서 지치지 않았는데 이 가야산에는 중간 목적물이 없었다. 흡사 광야에서도 이러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가야산은 오로지 정상밖에 목표할 것이 없어서 그런지 갈수록 힘이 빠지는 것이었다.이제 정상을 향해 1킬로미터를 남겨두게 되었다."나는 더이상 못가겠다. 아니 이젠 가고 싶지도 않다. 아무리 멋진 정상의 경관이라 할지라도..."모세가 죽고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가나안을 향했다. 그 중간에 싸워야할 나라와 성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그때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이정도 왔으면, 꼭 가나안이 아니더라도 살만하지 않은가" 하는 마음이 수도없이 들었을 것이다. 또, 이스라엘 백성들이 보기에 물좋고 곡식 풍성한 땅이 얼마나 중간중간에 많았을까앞선 한 사람이 주저 앉아있는 나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는 경치가 "너무너무 멋있다."며 극구 칭송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주저앉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있는 힘을 다해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나안이, 내게는 정상이었다.마침내 나도 정상에 오랐다. 온 천하가 내 발및에 있었다. 1430미터의 고지위에 서있는 기분이 마치 하나님과 아주 가까이 있는 기분이었다. 비록 과정은 힘들었고 유혹 많았지만, 정상에 우뚝선 지금은 그 모든 것들이 깨끗히 잊혀지는 듯 했다.가나안에 우뚝 선 이스라엘 백성들역시 이런 기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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