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리동네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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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읍내에서 그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철공소 앞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그는양철 홈통을 반듯하게 펴는 대장장이의망치질을 조용히 보고 있었다.자전거 짐틀 위에는 두껍고 딱딱해보이는성경책만한 송판들이 실려 있었다.교인들은 교회당 꽃밭을 마구 밟고 다녔다. 일주일 전에목사님은 폐렴으로 둘째 아이를 잃었다. 장마통에교인들은 반으로 줄었다. 더구나 그는큰소리로 기도하거나 손뼉을 치며찬송하는 법도 없어교인들은 주일마다 쑤군거렸다. 학생회 소년들과목사관 뒷터에 푸성귀를 심다가저녁 예배에 늦은 적도 있었다.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는그의 말은 집사들 사이에서맹렬한 분노를 자아냈다. 폐렴으로 아이를 잃자마을 전체가 은밀히 눈빛을 주고받으며고개를 끄덕였다.다음 주에 그는 우리 마을을 떠나야 한다.어두운 천막교회 천정에 늘어진 작은 전구처럼하늘에는 어느덧 하나둘 맑은 별들이 켜지고대장장이도 주섬주섬 공구를 챙겨들었다.한참 동안 무엇인가 생각하던 목사님은 그제서야동네를 향해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저녁 공기 속에서그의 친숙한 얼굴은 어딘지 조금 쓸쓸해 보였다.( 기형도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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