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TOP
DOWN


보스턴의 `배낭객 대부'

본문

지난 8월 중순 미국 보스턴. 한달 일정으로 미국 배낭여행길에 올랐던 우리 일행은 이날 따라 밤 10시 가까이 숙소를 못 구해 발을 동동구르고 있었다. 유스호스텔 같은 값싼 숙소는 모두 만원사례여서 밥도쫄쫄 굶고 잠잘 자리를 찾는 중이었다. 여행 막바지에 여비도 얼마 남지 않아 호텔은 꿈도 꾸지 못할 형편이었다.가슴을 졸이면서 길을 걷고 있을 때 어디선가 한국말이 들려왔다.{자네들, 한국사람인가} 수수한 차림새인 60대 초반의 남자가 말을 건네왔다. {그렇습니다}고 대답하자, 그는 {타지에서 밤길을 다니는 것은위험하다}면서 주저없이, {잘 곳이 없으면 우리 집으로 가자}고 했다.그 분은 부근에서 [아리랑]이라는 한국식당을 운영하는 교민이었다.이민온 지 15년 됐고, 자녀들도 모두 출가해 부인과 단 둘이 식당을 꾸려가고 있다고 했다. 부인은 우리 일행을 보더니 {또 데려 오셨군} 했다. 우리들 말고도 벌써 몇번째 한국 배낭객들을 자기집에서 먹이고 재워 보냈다는 얘기였다.다음날, 우리는 그 곳에서 밥까지 얻어먹고는 떠나기전 {고맙다}고정중히 인사한 뒤 성함을 물었다. {이름은 뭘, 그냥 어디가도 같은 핏줄만 잊지 않으면 돼.} 그러면서 {다시 이 곳을 지나게 되면 꼭 들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주머니는 비었지만 우리 마음은 어느새 그득해져있었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3,499 건 - 314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