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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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 갖고 아이들 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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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에는 참으로 드문 일이 벌어졌다. 1학년 담임으로 발표됐던 내가 교과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3학년 담임으로 결정됐다.교실에 들어가 아이들에게 대충 까닭을 설명하고 반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얼굴을 확인하는데, 그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말았다. 윤희와 정미(이상 가명), 하필이면 이 아이들이 우리 반에….지난해 2학년 담임을 할 때 우리반에 속칭 '날라리'라고 하는 아이들이 4명 있었다. 1년 내내 속을 썩였지만, 너무 소중한 아이들이었다. 그 애들 중 3명이 윤희 때문에 모진 고생을 한 일이 있었다.여름 어느날 자정쯤 우리 반 아이들이 경찰서에 있다는 전화를 받고 허겁지겁 달려갔더니 '날라리'들이 조사를 받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새벽 3시에야 아이들은 모두 풀려날 수 있었다.다음 날 그 이유를 알아보니 윤희가 자신의 친구를 괴롭히는 '날라리'들을 혼내주려고 과장섞인 편지를 학년주임 선생님께 썼는데, 이를 윤희부모님이 먼저 보시고 경찰서에 고발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날라리'들은 청소년감호소에 수감되거나 법원에 몇 번 다녀와야 했다.그 아이들의 담임인 나로선 너무나 억울하고 분해서 견딜 수 없는 나날들이었다. 그 때 얼마나 윤희와 그 부모님을 원망했는지 모른다.정미 역시 우리 반아이들에게 불리한 진술을 해 아이들을 더 깊숙한 수렁으로 몰고 가는 것이었다. 그 때 얼마나 애간장을 태우고, 또 그렇게 만든 정미를 얼마나 원망했는지….그런데 그런 정미와 윤희가 우리 반이라니. 그 아이들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진한 눈빛으로 앉아 있었다. 나는 이 아이들을 편견없이 볼 수 있을까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다.그러던 중 두 번째 국어시간에 국어부장을 하고 싶은 사람 손들어 보라고 했는데, 생각지도 않던 윤희가 손을 번쩍 들었다. 순간 안도감과 함께 윤희의 하얀얼굴이 한눈에 들어왔다. 저렇게 순진하고 착한 표정을 지닌 아이였구나.며칠 뒤 정미는 또 사건 하나를 일으켰다. 그러나 내 앞에서 그 일을 말하며 울고있는 정미는 상처입은 한 마리 어린 새처럼 가냘프고 애처로워 보였다.정미, 윤희와의 만남. 벌써부터 올 한해가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는 선입견을 갖고 이 아이들을 원망한 내 편협한 마음을 신께서 아시고 반성하게 하려는 배려가 아닐까내년 졸업 무렵에는 정미, 윤희를 비롯한 우리 반 아이들과 헤어지는 것이 무척 아쉽게 느껴질 수 있도록 올 한해를 멋지게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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