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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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신화에 이런 게 있다. 처음에는 악과 선이 지상에서 같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악이 볼 때 선은 눈에 가시였다. 사람들이 선만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래 악은 사사건건 선을 괴롭혔다.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 선은 견디다 못해 하늘로 피신했다.그러나 지상에 남겨 둔 인간이 마음에 걸려 제우스신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의논했다. {마땅히 돌아가 줘야겠지만 모두 한꺼번에 내려가면 안된다. 한 사람씩 뜸들여 가며 내려가는게 좋겠다}고 제우스가 일러 주었다.이래서 악과 불행은 인간과 가까운 데서 살고 있으면서 끊임없이 인간을 괴롭히고 선과 행복은 한참씩 뜸들여야만 찾아온다는 것이다.우리나라는 희랍 신들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그런데도 이상하게도 옛날부터 줄곧 불행과 악에 시달려 오기만 했다. 큰 나무에 바람잘 날이 없다는 속담도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큰 나무도 못된다. 그런데도 편한날이 없다. 툭하면 천둥번개가 치고 태풍에 시달려야한다. 좀 하늘이 맑고 순풍을 탄 듯 하다가도 난데 없이 이상기류에 휩쓸린다.우리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충격에서 미처 벗어나기도 전에 지방선거의 홍역을, 그 열기가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온 세상이 벌컥 뒤집히고 있다. 모두가 일손을 놓고 있다. 하도 엄청난 문제인 만큼 언제 끝장을 볼 수 있는지, 또 그러는 사이 우리는 얼마나 표류하게될 지 아무도 모른다.하지만 흙탕물에 빠졌을 때에는 재빨리 빠져나오는게 상책이다. 공연히 허우적 거릴수록 더욱 몸이 더러워질 뿐이다. 물론 악을 정리하고 나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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