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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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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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파리목숨과도 같다고 우리는 입버릇처럼 말한다.서양사람도 마찬가지다.그래 빅토르 위고도 {인간은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다. 다만 무기집행유예를 받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었다.노벨상을 받은 사뮈엘 베케트도 {인간이란 죽음을 기다리며 사는 존재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참으로 허망한 것이 인생이다.뭣이 삶과 죽음의 갈림길인지 전혀 종잡을 수도 없다. 최명석군은 11일만에 살아서 돌아왔지만 같은 곳에 갇혀 있던 두 여인은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숨졌다. 그가 살아나오는 바로 그순간에 혹은 다른 곳에 갇혀 있던 또 하나의 생명은 구조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서 숨져갔는지도 모른다. 어느 회사 회장은 한발짝 차이로 죽음을 면했다. 그런가 하면 아이들에게 먹일 아침 식빵 사는 것을 잊었다며 백화점 안에 되들어가다 목숨을 잃은 주부가 있었다. 이런 것을 모두 사람들마다 제각기 타고난 팔자나 운명으로 돌려야 할 것인가 정말무너지지 않았느냐고 원망하고 싶기도 하다. 남의 아들은 살아남았는데왜내 딸은 죽어야 했는가 하고 통곡하는 어머니도 있을 것이다.오랫동안 대학교수로 있다 프랑스 대사를 역임했던 민병기씨는 암에걸렸다는 선고를 받자 뭣보다도 {WHY ME(왜 내가)}하는 억울함 비슷한감정에 시달렸다고 나에게 말한 적이 있다. 그 감정은 죽는날까지 사그러지지 않았다.석가는 왜 사람은 태어나서 시름하느냐는 의문을 풀기 위해 출가했다.범속의 우리는 왜 우리는 죽어야 하느냐는 의문에 매어 달린다. 우리에게 있어 죽음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옛날 일본에 선애라는 학식 높은 선승이 있었다.그의 임종을 맞아고승다운 멋진 명언이 나오리라 기대하면서 제자들이 {스님 돌아가시고 싶으십니까}고 물었다. 스님은 엄숙한 표정으로 {죽고 싶지 않다}고만황급히 {돌아가시고 싶으십니까}고 물었다. 그러나 스님의 말은 같았다.{죽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그러고는 더 이상 되묻지 말라는 듯이 {정말로 정말로 죽고 싶지 않다}고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고 한다. {죽고 싶지 않다}는 그의 말에는혹은 우리가 헤아리지 못하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저 죽음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과 삶의 욕망을 느낄 뿐이다. 우리는 지금 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마비를 맞아가며 구조작업을 지켜보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알지를 못한다.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어머니가 죽은 아이를 안고 석가를 찾아와서{왜 이 아이가 죽었습니까. 제발 석가님 힘으로 이 아이를 되살려 주세요}하고 울부짖었다. {불쌍한 어머니가 서러워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언젠가 죽어야 한다. 만약에 어떻게 해서든되살아나기를 원한다면 옛날부터 한번도 죽은 사람이 없는 집을 찾아내 이것이 석가의 말이었다. 이 말을 듣고 어머니는 언젠가는 사람은 누구나 죽게 마련이라는 진리를 깨닫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설법도왜 결혼을 며칠 앞둔 둘도 없는 내 아들, 또는 딸이 죽어야 했는가고 통곡하다 지친 어머니의 슬픔을 충분히 가라앉혀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그래도 뒤에 남은 사람들은 슬픔을 딛고 살아나가야 한다. 최군은 살아나오는 순간까지 가족과 친구생각들을 했다.곁에서 숨진 두 여인도 젊은 여성이나 중년주부나 죽는 순간까지 내내 가족얘기들만 했다고 한다. 그것은 뒤에 남긴 가족들을 걱정하는 한편, 그들이 잘 살기를 애절하게 갈망하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그렇게 가족들을 사랑하면서 죽은사람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기 위해서도 뒤에 남은 사람들은 힘을내어 살아가야 한다. 석가에게도 죽는 날이 다가왔다. 북바쳐 오르는 슬픔을 참다 못해 제자 아난다가 방밖으로 나갔다.석가는 그를 다시 불러 {아난다여 슬퍼하지 말라. 울어서는 안된다. 내가 늘 가르쳐 오지 않았느냐. 모든 사랑하는 사람과는 언젠가 헤어지게 된다는 것을. 태어난자는 모두 사라져 가게 된다는 것을. 아난다여, 그 오랜 동안 내 시중을 들어줘 고맙다. 혹은 [우리들의 스승의 말은 끝났다. 이제 우리의 스승은 없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비록 내육체는 멸한다 해도 내 가르침은 언제까지나 살아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무상하다. 방일해 하지 말고 정진하라. 이것이 내 마지막 말이다.}여기서 [가르침]을 [사랑]으로 바꿔 본다면, 혹은 조금이라도 남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말이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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