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가 멀쩡해 가지고
본문
황신덕 선생이 도쿄여자 영학숙에 다닐 때의 일이다. 황신덕은귀국하여 경부선 열차를 탔는데 그 열차에는 일본인 학생 무리가타고 있었다. 대구역에서 기차가 쉬는 동안 안하무인으로 떠들던그들은 대부분 홈으로 내려갔다. 그들이 자리를 비운 동안 남루한차림의 조선인 농부 한 사람이 일본인 학생들이 앉았던 그 자리에앉았다. 발차 기적을 듣고 올라온 일본인 학생 하나가 자기 자리에앉은 그 농부를 불문곡직하고 뺨을 이리 치고 저리 치면서 욕설을퍼부었다. 곧 농부의 코에서는 검붉은 피가 흐르고 얼굴은 부어 올랐다. 그러나 누구 한 사람 말리는 이도 없을 뿐더러 구경만 하고있었다. 이 때 참다못해 울분이 터진 황신덕이 소리쳤다."너희가 뭔데 사람을 개 돼지처럼 함부로 다루는거냐. 잘못알고서 그 자리에 앉았으면 말로 비키라고 하면 그만이지, 말한마디 없이 덮어놓고 사람을 치다니, 그래 그것이 배웠다는 너희 일본 대학생, 더구나 문명인이라고 자처하는 너희가 할 수 있는 일이냐 식민지 백성쯤은 마음대로 때려 죽여도 좋단 말이냐."그리고는 황신덕은 그 농부를 잡고 통곡했다."왜 당신은 사지가 멀쩡해 가지고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얻어맞기만 하는거요. 때리거든 같이 때리고, 욕을 한다면 같이 욕으로대항할 일이지, 무엇을 잘못했기에 말 한마디를 못하고 그 곤욕을당하고만 있는거요."나라를 빼앗긴 원인은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불의을 보고도저항하지 못하는 내부에도 있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