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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신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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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생긴 이래 명멸했던 문명국들은 나름대로 신사도(紳士道)를 지니고 있었다.이를테면 고대 아테네 사람들에겐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통속적인 다섯 가지 덕(德)이 있었다.1) 체격이 건장하고 미남자이어야 하며2) 남에게 베풀 만한 재산을 가져야 하고3) 장사나 수공업에 깊이 관여하지 않으며4) 돈 씀새에 인색하지 않고5) 자신이 즐기고 자랑할 만한 재간 하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로마의 신사도는  `그래버타스'라 하여 의지나 행동을 무겁게 하는 데 치중 되고 있다.어떤 경우에도 자제심을 잃지 않고, 어떤 고통 속에서도 의지를 관철하며, 남을 돕지만 동정심을 보이지 말며,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거나 화난다고 고함을 지른다는 것은 로마신사도에 어긋나는 일이다. 중세 유럽의 기사도(騎士道)엔 이 로마의 그래버타스에 페어플레이 정신과 승부에 승복하는 것, 여성을 우대하는 것 등 몇 가지 조건이 더 붙는다.이 그래버타스-기사도의 전통을 가장 충실하게 계승한 것이 영국의 신사도다. 대충 그 신사도를 추려보면 이렇다.1)엄한 규칙 아래 페어플레이 정신 으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최선을 다한다2)남의 주장을 끝까지 들으며 다수의 주장에 대항하여 자신의 주장을 내세울 수 있는 용기 3)현실사회에서 이상을 추구한다4)자제심, 곧 겸허하면서 풍부한 유머감각5)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로서의 교양6)변화를 과격한 혁명이 아닌 점진적 진화로 이루려는 정신7)공공(公共)의 배려속에 자기희생의 감수8)자기 집 나름의 개성있는 생활방식-이를테면 의례나 요리솜씨를 지녀야 한다9)아이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고 남의 아이도 내 집 아이처럼 꾸짖을 수 있어야 한다10)유행이나 선전이나 바람에 둔감해야 한다는 것 등등이다.근착 뉴스 위크지(誌)에 보니 이 로마시대 이래 이어내린 영국의 신사도가 밑부터 흔들리고 있어 신사도 부흥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한다. 런던시내는 급정거하는 브레이크 파열음, 창문을 내리고 퍼부어대는 운전사들의 욕설, 뛰어와 주먹다짐을 하는 타격음으로 소음공해가 날로 가중되고있으며, 페어플레이의 나라에서 크리켓이나 축구 경기장에서 편싸움이 벌어지기 일쑤고 그것이 국회의사당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했다.대처수상이 연초에 영국의 전통 신사도의 사양을 개탄하고 그 부활을 호소한 것은 궁여지호소라는 것이다.`로마제국멸망사'를 쓴 E.기번이 로마가 망한 것은 로마를 지탱해온 로마정신(그래버타스)의 해이에서 비롯됐다고 결론지었듯이, 신사도의 해이는 멸망의 징후인 것이다. 우리 나라 신사도인 선비정신이 증발하여 가치관의 혼미 속에서 못 헤어나고 있는 우리에게 타산지석(他山之石)이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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