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의무
본문
리베이라 신부는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를 듣고 서재에서 일어났다.그때 뜻밖에도 초인종이 울렸다. "아니 이 깊은 밤에 누가 찾아온 것일까. 혹시 교우중에 누가 사고를 당하기라도 한 것일까'의아해 하면서 문을 열자 모자를 깊이 눌러쓴 남자가 달겨들듯이 안으로 들어섰다."신부님, 밤이 깊었지만 고해성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밤을 넘겨서는 안될 일이기에 무릅쓰고 찾아왔으니 받아주십시오."신부는 사내의 말만 믿고 소해소로 그를 데려갔다깊은 밤, 너무도 고요한 고해소에서 신부는 자신도 모르게 천주께 무릎 꿇고 기도했다.'주님, 저에게 이 일을 맡겨 주시니 감사합니다. 이 형제의 고통을 덜 어 줄 수 있도록 은혜를 내려주소서.'사내의 입에서 음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신부님, 제가 돈이 필요해서 사람이 많은 기차역으로 나갔습지요. 적당한 사람을 물색하여 옆구리에 총구를 찌르고 조용히 돈을 내어놓으라고 했어요. 그런데 글쎄 그 돈 많아 보이는 부자가 앙탈을 하지 않겠습니까. 곧 들켜서 순경이 쫓아 올 것 같아 그만 총을 쏘고 말았어요. 그리고 그 사람의 주머니에서 돈이 두둑하게 든 지갑을 빼어 왔지 뭡니까.""뉘우치고 죄 사함 받는 보속 기도를 하시오.""예.""살인죄를 저지르지도 않을 수 있었군요. 주께서 당신이 피할 길을 주셧으나 끝내 포악 한 일을 저질렀으니 엎드려 기도하시오."그러나 사내는 조금도 뉘우치는 기색이 없었다."신부님, 고해의 비밀을 지키는 것은 신부의 의무인줄 알고 있습니다. 신분의 입장에서 설마 나를 고발하지는 못하시겠지요 여기 돈을 빼낸 지갑과 총을 두고 갑니다."사내는 고해소를 나간 뒤에 담을 넘어 도망갔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경찰이 들이닥쳤다."신부님 우리는 살인자를 찾고 있습니다. 범인이 이쪽으로 들어간 것 같다는 제보가 있었는데요." 신부는 잠깐 눈을 감 았다. 그 순간 기도했다. 문득 내면 깊은데서 그런 소리를 들었다.'신부의 의무는 사랑이다' 빈 지갑과 총을 던져버리고 간 사내가 한순간 미웠으나 신부는 고개를 저었다."나는 모르는 일이오.""정 그렇다면 성당이라도 수색을 해야만 합니다."성당 안을 구속구석 수색하던 경찰은 고해소에서 권총과 빈 지갑을 찾아냈다."이것이 왜 여기에 있습니까"범인이 고해성사를 하러 왔었다는 한마디면 모든 일이 간단하게 풀릴 순간이었다. 그러나 신부는 마음 속으로 다시 주님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신부는 강도 살인죄로 중노동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그 혹독한 중노동을 견디며 1년,2년이 지나갔다. 아아… 이럴 수가....너무 견디기 어려울 때면 문득 후회 비슷한 감정이 솟구치려고까지 했지만 그때마다 신부는 십자가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십자가 위에 그날 밤의 그 사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그 모습이 떠오르면 회개하지 않고 달아나버린 그의 영혼이 한없이 불쌍했다.'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는지는 모르나 죄를 회개하지 않고 세상을 떠나는 불행을 겪지 않도록 붙잡아 주소서.'리베이라 신분의 기도는 그렇게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다.그로부터 6년 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심한 부상을 입은 병사 한 사람이 사제신부를 만나게 해 달라고 청햇다. 신부가 왔을 때, 그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고해성사를 받아주십시오. 일평생 처음으로 드리는 진실한 고해성사입니다." 그리고 그는 6년전 저지른 강도살인과 그날밤의 고해성사 때문에 리베이라 신부가 지금까지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 백했다. 사내는 고해성사를 마친 뒤에 숨을 거두었다리베이라 신부가 자유의 몸이 되엇을 때 사람들은 신부를 대신하여 눈물을 흘렸다. 그 억울함을 생각하며 많은 사람이 울었다. 그때 리베이라 신부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나도 예수를 못박았던 자 주의 하나요. 6년의 중노동이나 오해를 억울해 할 것이 아니요, 묵묵하게 견딜 수 있게 도와주신 주님께 감사할뿐이지요, 이 땅 위에서의 그 어느 것도 나의 삶이 아닌것이 없고,그 어떤 고난도 주님의 것이 아닌 것이 없으니 나는 오직 주와 함께 살고 있는 기쁨을 더욱 깊이 배웝으니 은혜주의 은혜일 뿐이지요."사람들은 신부의 얼굴에서 예수의 모습을 보았다 포르투갈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다.주부편지 95년11월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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