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인'자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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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일본 동경의 전철에서 크게 감동을 받은 장면이 하나 떠오른다. 국민학교 1학년쯤으로 보이는 어린이 서너명을 인솔한 한 부인이 내 앞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그 부인은 아이들이 과자같은 것을 먹고 바닥에 떨어뜨린 부스러기를 몸을 구부려 마치 자기집 마루를 닦듯, 핸드백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전철바닥을 훔치고 있었다. 이 장면을 보고 그 어린이들이 배울 산 지식을생각하며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들은 남을 먼저 생각하며,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더불어사는 마음가짐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우리는 흔히 청소년들이 남을 돕고 협력할 줄 모르고 이기적이고 의가 없다고 개탄을 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것은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면서 잘 가르치지 않은 결과가 아닌가!.최근에 하버드대학의 푸트남(Robert Putnam) 교수의 글 '번영하는 공동체'(The Prosperous Community)를 읽고 느낀 점이 많았다. 그는 이탈리아 지역사회에 관한 연구에 수년을 보낸 권위자이다. 그의 연구는 이탈리아의 중북부 지역은 공업과 경제가 발달하고 자치정부가 잘 되어가고 잘 사는데 반해, 남부 이탈리아는 경제가 발전하지 못하고 가난과 범죄가 많으며 지방자치도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보고, 그 원인과 해답을 분석해내는 것이었다.이것은 이제 갓 지방자치를 시작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있다.한 마디로 그의 연구의 결론은 '이웃과 서로 돕고, 나누며 더불어 사는 미풍과 전통'을 가진,그리고 이 전통을 자녀들에게도 가르쳐 계승하고 실천하는 지역은 경제와 공업도 발전하고 범죄율이 낮았다는 것이었다. 그의 연구뿐 아니라 그밖에 유사한 연구들도 청소년의 실업률과 범죄율을 설명하고 있는데,그 요인으로 종교적인 요인을 지적하고 있다.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비교적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고 있기때문에 그런 이웃과 함께사는 청소년들은 그들 자신이 종교생활을 하지않는다고 하더라도 긍정적인 인생관과 생활태도로 인해 범죄에 물들 확률이 적다는 것이다. 즉 더불어 사는 생활태도가 그마을, 도시등 지역에까지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이에 반해서 이웃에 대한 관심이 없는 공동체는 자신과 직접 상관없는 일에는 참여하지않고 정부나 공공기관이 해결해 줄 몫으로 돌리고 개인적 이익만 챙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웃과 더불어 살려는 공동체의식이 없는 지역은 경제도 침체되고, 범죄율도 높으며, 지방자치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이런 사회는 부패한 관리들과 정치가들이 등장하는 결과를 가져 온다는 것이다. 괄목할만한 것은, 이탈리아 남부나 북부의 지방자치 형식이나 제도는 똑 같은 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판이한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북부지역이 서로 돕고 더불어 사는 좋은 사회를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그곳의 경제가발전한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이웃을 돌보며 이웃과 좋은관계를 맺고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아감으로써 경제와 공업도 발달하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흥미롭다.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첫째, 이는 좋은 지역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잘 살게 되고 여유가 있고 난후에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먼저 이웃을 돕고 협력하여 좋은 사회를 만들 때에 경제가 발전하고 범죄가 줄어드는 나라를 만든다는 점이다. 둘째, 좋은 이웃은, 사회전체를 살만한 세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자녀에게 미치는 이웃 환경을 중요시한 맹모의 삼천지교를 생각해 보게 한다.셋째,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남을 돕는 행위는 하면 할수록 그 긍정적 파장은 점점 커지는 데 반해, 이런 선행을 실천하지 않으면 메말라 없어지는 샘처럼 점점 무섭고 삭막한 세상이 된다는 점이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수 없는 존재이다. 자기 혼자서만 잘 살려고 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자신도 불행하게 된다.영국의 유명한 시인 조나단 던(Joanathan Dunn)은 "인간은 섬이 아니다(Noman is island)"라는 말을 했다. 어느누구도 바다에 있는 외딴 섬처럼 혼자살 수는 없고, 인간이란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너무나 당연하고 납득할 만한 진리이다. 철저한 개인주의 및 무한경쟁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 삶의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만하다.'사람 인'자는, 우리와 우리의 자녀들이 제일 먼저 배우게 되는 한자 중의 하나이다. 이 글자는 사람 둘이 서로 기대고 있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이 두획에 함축된 삶의 진리를 생각해본다. <한동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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