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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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도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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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나 수박이 익을 때쯤되면 밭두렁 한귀퉁이에 원두막이 세워졌다.다 익은 참외나 수박을 밤새 훔쳐가는 불청객을 막고 수확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임시 파수대다.그렇지만 시골 소년들은 한밤이면 참외밭에 숨어들어 익은 열매를서리해 먹느라 긴밤을 지새웠다. 어디 참외나 수박뿐인가. 봄이면보리나 밀, 여름이면 감자나 고구마를 노렸고 가을이면 콩을 서리해먹었다. 군것질거리가 별로 없었던 그시절 시골 소년들은 군불을피워놓고 이렇게 시골생활을 즐겼다.보릿고개가 있고 모든게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에도 시골인심은 그걸 거의 당연한 일로 생각했다. 물론 그 시절에도 시골에 도둑이 없었던건 아니다. 남의 장독의 장을 퍼간다든가 귀하게 기르는 소를 끌고가는 것이 중죄에 속했다. 그렇더라도 그시절 소도둑은 [새끼가 버려져 있어 집어다 쓰려 했는데 그 끝에 소가 매달려 끌려온걸 몰랐다] 고 넉살을 떨정도로 순진했다.서로가 넉넉지 않게 살았기에 시골의 [도둑]은 그악하지 않았다.오히려 애교가 있었다. 그렇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요즈음 시골 인심도 많이 변했다. 콩서리하는 소년들도 없어졌지만 행인이 늘어진가지에서 감을 하나 따도 눈을 부라리며 손해를 배상하라고 야단인시대가 되었다.엊그제 전남 나주에서는 추수를 앞둔 논에서 벼를밤새 콤바인으로베어간 사건이 발생했다. 자그마치 9백평의 논에서 40㎏들이 30가마의 벼를 몽땅 추수해 달아났다니 기가 막힌다. 이제는 시골 도둑도[기계적]이고 조직적이니 논에도 원두막을 세워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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