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의 모세상의 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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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가 만든 모세상에는 그 발등에 기다란 흠집이 있다고한다.그것은 한 조각가의 절망의 흔적이다.그는 작품을 완성하고나서 조각의 발등을 끌로 긁으며 울부짖었다."너는 왜 말을 하지않느냐.차가운 돌에조차 생명을 불어넣으려 했던 그의 예술적이상은 지극하기 이를 데 없다.작품의 우수성은 물론이지만 그것을 위해 쏟은 영혼의 열정과혼신의 노력이 모세상을 영원한 걸작으로 남게 했을 것이다.만일진품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흡사한 복제품을 만들었다 해도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것이 있다. 발등에 난 흠집,거기에 담겨있는 절망과 고통은 그 무엇으로도 복제될 수 없는 것이다.현대의 복제기술은 놀랄 만한 수준을 갖게 되었다.그 정밀성은단순한 기술을 넘어서서 거의 예술이라고 할 만하다.인쇄술의 발달과 음과 사진의 복제기술은 문화의 발전을 가속화시켰고 정보의민주화를 가져다 주었다.그러나 무엇이든지 복제할 수 있다는 신념은 우리의 의식마저도 지배하는 게 아닌가 싶다.작가의 개성과 고유성이 요구되는 예술에서도 그 복제의 심리가정당화 되어가는 추세다.절망이라는 긴 강을 건너지 않고 쏟아져나오는 예술작품들은 하나의 유행처럼 피어났다가 재빨리 시들어버린다.문제는 고유성의 상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도덕성의 차원에서는 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얼마전 복사기로 만들어 낸 위조수표가 유통되는 바람에 떠들썩했던 일이 있다.또 종량제실시에 따라 사용되는 쓰레기봉투조차 위조비상이 걸리는 판이니,세상에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 것인가.위조품에는 땀의 냄새가 없고 절망의 흔적이 없다.그러한 매끈한 위조품이 진품행세를 하는 마당에 진품을 만들려는 노력은 갈수록 설 땅이 좁아져 가고 있다.위대한 영혼이 남긴 흠집 하나가나의 의식에 깊이 각인되는 것도 진품에 대한 간절한 기다림 때문이다. <나희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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