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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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뇌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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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국가(國家)' 그 끝무렵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옛날 에르라는 병사가 전사(戰死)-, 열흘간 전장에 버려져 있다가 화장(火葬) 직전에 되살아나 저승에 다녀 온 이야기를 친지들에게 했다.어느 기간 동안 이승의 응보대로 지옥과 천국에서 응보를 받은 망자들이 다시 합류해 천지의 이을목까지 끌려간다. 그곳에는 `필연(必然)'으로 불리는 물레 바퀴가 서서히 돌고 있었다. 그리고 운명의 여신이 앞으로 다시 태어날 자기 자신을 선택하라고 하명받는다. 물론 선택은 자유이며 신은 그 선택에 아무런 간여를 않는 보장받은 선택이다. 선택 범위는 사람으로부터 금수 초목 벌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대체로 천국에서 환대받은자들은 오만하고 과분한 선택들을 하는데 지옥에서 시달린 자들은 신중하고 겸손한 선택을 했다.다시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은 자에게는 여러가지 뇌를 갈라놓고 선택케 했는데, 선악을 판단하는 도덕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지성뇌, 사랑과 증오를 가르는 감성뇌, 용기와 비겁을 가르는 행동뇌등. 이승에 살았을 제 이 뇌 때문에 고통받은 사람들은 어느 하나도 선택하지 않은 자도 있었다.이렇게 운명을 선택하면  `필연'의 의자에 앉히어 물레 바퀴를 돌려서 `망각의 광야'로 던져진다. 이 광야를 가로질러 각자의 탄생으로 연결되기에 자신이 선택한 운명이지만 그것을 전혀 망각하고 탄생되는 것이다.어떤 뇌도 선택하지 않고서 태어난 자가 무뇌 인간인 것이다.나쁘게 말해서 골이 비었다는 말대로 굳이 알려 하지않고 또 모르려하지도 않는다. 이편 저편에 편들지도 않는다.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르고 곱고 밉고에도 몽매하기에 어수선한 세상 살기에 십상이요, 적격이다.단지 숨만 쉬는 육체적 존재로서의 무뇌 인간이 급증한다는 플라톤의 문명 비판 사상이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뇌없는 태아(胎兒)가 유산되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만약 원자력에 의한 유전질의 훼손 때문이라면 신(神)의 섭리를 거역한 그지없는 인류의 교활한 지혜에 대한 응징으로 골을 비게했을 것이요, 플라톤의 논리라면 우리 사회가 선악과 애증과 옳고 그름의 한계가 무너지길 흑심하고 아집과 편벽과 갈등으로 지새운 데 대한 문명 고발로서 이 무뇌 인간을 `필연의 물레 바퀴'에 앉혀 보냈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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